올랑드 “통치할 준비 끝”… 佛 ‘좌파 대통령’ 초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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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D-6… 사르코지와 격차 더 벌려

“프랑스를 통치할 준비가 돼 있다. 프랑스는 변화를 통해 새로 태어날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는 15일 파리 뱅센 광장 집회에서 “국가 재건을 목적으로 한 첫 계획은 이미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올랑드 후보가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다시 상승세를 타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격차를 벌리자 사회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 좌파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희망에 들떠 있다. 막판에 다다른 프랑스 대선 레이스에서 1위 골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올랑드 후보에게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엘리트


올랑드 후보는 최근 발표한 자서전 ‘운명 바꾸기’에서 이비인후과 의사였던 부친 조르주 올랑드의 극우 성향 때문에 갈등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반면 사회복지사였던 모친에게서 열린 정신과 관대한 영혼을 발견하며 국가를 위해 일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인생의 모든 결정적 순간에 어머니의 믿음과 지원이 있었다고 했다.

수수한 외모, 푸근한 인상 때문에 ‘보통 남자’ ‘이웃집 아저씨’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파리경영대(HEC), 파리정치대(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를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다. 학생 시절 공산주의 조직에 몸담았던 그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을 자신의 정치적 모델로 삼고 있다. 1979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두뇌였던 석학 자크 아탈리의 권유로 사회당에 입당해 ‘미테랑의 아이들’로 불린 그는 1988년 코레즈 지역구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다. 튈 시장(2001∼2008년), 사회당 대표(1997∼2008년)를 거치며 2007년 사회당 경선에 나섰으나 당시 동거인인 세골렌 루아얄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지난 대선 이후 방송기자 발레리 트리르바일레 씨와 동거 중인 그의 약점은 중앙 공직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떨고 있는 부자와 금융계


그의 대표적인 공약은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이다. 연소득 15만 유로(약 2억2500만 원) 이상인 소득자는 45%, 100만 유로(약 15억 원) 이상은 75%를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의 세율은 41%다.

대통령과 장관 급여 30%를 삭감하고 부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됐던 세금 우대(290억 유로 상당) 정책을 폐지하는 것도 공약에 포함됐다. 또 그는 2017년까지 200억 유로(약 30조 원)를 들여 교사직 6만 개와 청년일자리 15만 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올랑드 후보가 “나의 진정한 적”이라고 표현했던 금융 분야에서는 은행을 투자은행과 소매은행으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모든 은행이 돈벌이에 나서는 걸 막겠다는 것. 과도한 스톡옵션을 금지하고 헤지펀드를 규제하며 금융거래세(토빈세) 도입도 예고했다. 사회 분야에서는 각 지역에 25%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하고 최근에도 논란이 된 (5년 이상 거주) 외국인 투표를 허용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그러나 동성애자의 결혼과 입양을 허용하고 안락사권을 검토하겠는 공약은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선된다 해도 공약 실현 여부는 6월 총선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총선에서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물리치고 사회당이 1당이 되면 상원, 대통령에 이어 하원까지 장악하게 돼 향후 5년 동안 막강한 사회당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UMP가 승리하면 좌우 동거 정부가 출현하고 상황은 달라진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올랑드#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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