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金’ 헝가리 대통령 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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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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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박탈… 사퇴 공방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사진)이 논문 표절로 박사학위를 박탈당하면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헝가리 젬멜와이스대는 29일 슈미트 대통령의 박사학위논문이 상당 부분 다른 저자의 논문을 베낀 것으로 확인돼 박사학위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27일 젬멜와이스대 조사위원회는 슈미트 대통령이 쓴 215쪽 분량의 올림픽 관련 논문 중 180쪽이 불가리아 스포츠 연구자의 논문과 부분적으로 겹치며 16쪽은 다른 저자의 논문을 그대로 베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헝가리의 비즈니스뉴스포털 ‘hvg’가 1월에 제기한 표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27일 대학의 자체 조사보고서 발표 이후 헝가리 야권과 언론, 일부 보수 지식인들은 국내외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국가수반이 필요하다며 슈미트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헝가리 뉴스 포털 ‘오리고’가 3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슈미트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90%로 나타났다.

하지만 광범위한 표절을 눈치 채지 못한 대학 측에도 잘못이 있다는 젬멜와이스대 조사위원회의 발표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조사위는 슈미트 대통령이 많은 양을 표절한 것은 맞지만 이는 당시의 통상적인 기준에는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이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중이던 슈미트 대통령은 28일 대학 측을 겨냥한 듯 오히려 “무죄가 증명됐다”며 “단 한순간도 사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혀 향후 정치적 논란을 예고했다.

펜싱선수 출신인 그는 1968년과 1972년 올림픽 펜싱 단체전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땄고 199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1992년 부다페스트체육대에서 ‘근대 올림픽 경기 프로그램 분석’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부다페스트체육대는 젬멜와이스대로 통합됐다. 슈미트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지지를 업고 2010년 대통령에 선출됐다. 헝가리 대통령은 5년 임기의 상징적 의미의 국가수반으로 의회에서 선출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논문표절#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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