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說 스페인 국채금리 급등… ‘100일 우파정권’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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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붕괴되며 은행 부실채권 눈덩이
긴축정책 추진 라호이 총리 노동계 총파업에 사면초가

유로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경기 후퇴 속에서 부동산 거품에 발목이 잡힌 스페인 은행들의 부실 채권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로 출범 100일을 맞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사진) 정부는 스페인 은행들에 올해 말까지 끝낼 500억 유로(약 76조 원)에 이르는 자본 재확충 계획을 3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구제금융 없이는 은행권 자본 재확충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스페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제금융이 소문에 그치더라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모기지 대출을 하고 있는 민간은행들이 위험하다”며 “구제금융이 아니면 은행들을 살릴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윌리엄 뷰이터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말쯤 스페인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인의 부정적인 경제 전망도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30일 발표된 라호이 정권의 첫 예산안은 30년 만에 가장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담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했던 재정적자를 올해 5.3%, 2013년 3.0%로 낮추는 게 목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스페인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7%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높은 실업률에 추가 긴축과 부동산 거품 붕괴까지 더해져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했다.

라호이 총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올해 정부 지출을 15%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그리스가 겪었던 ‘긴축정책→국내 경기 위축→세수 감소→재정 악화’의 악순환을 스페인이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동계와 실업자들의 반발도 변수다. 정부가 11일 퇴직급여 상한선을 연중 45일분에서 33일분으로 낮추고 노사 단체협상 결과를 기업이 회피하기 쉽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시장 개선안’을 제시한 데 대해 노동계는 29일 현 정부 출범 후 첫 총파업으로 응답했다.

이에 따라 국가부도 위험도를 나타내는 스페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열흘 새 0.29%포인트가 올라 28일 4.20%를 기록했다. 씨티그룹은 “스페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9일 5.46%로 높아졌다. 스페인 국가부채는 9000억 유로에 달한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또 유로존이 재정위기 방화벽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안정화기구(ESM)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9400억 유로로 확대 운용키로 한 만큼 스페인이 최악의 위기를 맞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구제금융#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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