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시간 저항… 佛 총기 테러범 도망치다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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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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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두차례 투항 약속 어기자 경찰 수류탄 던지며 진압 나서총 쏘며 도망치다 현장서 즉사… “더 죽일 시간없어 유감” 주장도사르코지, 대선 여론조사 선두로

프랑스 툴루즈에서 유대인 4명과 군인 3명을 살해한 뒤 자택에서 경찰과 대치해온 테러범 모아메드 메라(24·사진)가 22일 오전(현지 시간) 무력작전에 돌입한 경찰특공대에 저항하며 도망치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이 메라의 집을 급습하고 대치가 시작된 지 약 32시간 만이다.

클로드 게앙 내무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1층인 메라의 아파트에 수류탄을 던지며 문과 창문으로 동시에 진입해 거실과 방부터 장악해 나갔다. 경찰이 마지막으로 욕실에 접근해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집어넣자 안에 숨어 있던 메라가 격렬하게 총을 쏘며 저항했다. 경찰은 잠시 물러났고 이어 약 5분간 교전이 벌어졌다. 결국 메라는 욕실에서 나와 발코니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순간 경찰 총에 맞고 떨어져 사망했다. 교전 과정에서 300발 이상의 총알이 발사됐으며 경찰 2명이 다리 등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1일 아파트의 전기를 차단한 데 이어 이날 밤 아파트 입구와 창문을 폭파시키는 등 메라의 투항을 유도하기 위한 위협 작전을 펼쳤으나 실패했다.

작전이 끝난 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자주 찾는 사람이나 테러와 관련한 이념교육을 받으러 외국에 가는 사람 등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선 후보는 “테러와 싸울 법적 수단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메라는 21일 밤 경찰과 협상하며 “후회는 없고 사람을 더 죽일 시간이 없는 게 유감이다”라며 “프랑스를 굴복시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메라는 21일 대치가 시작된 직후 몇 시간 동안 이뤄진 경찰과의 대화에서 “경찰 2명과 군인 1명을 더 죽이려는 테러를 21일 벌일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현지 방송은 메라가 알카에다로부터 자살폭탄 테러를 지시받았으나 거부했고 일반적인 공격 임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메라는 알제리계 프랑스인으로, 아프가니스탄은 물론이고 파키스탄 과격분자들의 거점인 와지리스탄에도 다녀왔다고 당국은 전했다.

한편 범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드러나자 여론조사 3위를 달리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선 후보는 “근본주의의 위험을 지적하는 나의 얘기를 아무도 듣지 않아 위험 집단이 세력을 키워왔다”며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르펜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외국인 이민 축소와 무슬림의 할랄 음식(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한 음식) 표기 의무화 등 반이슬람 정책들을 발표해온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유대인 학교 총격 사건 후 실시된 대선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30%를 얻어 올랑드 후보를 2%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결선 투표를 치를 경우 올랑드 후보가 사르코지 대통령을 8%포인트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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