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낙마’ 공작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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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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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무시한 사회악 척결”… 中 법학회, 보시라이 비판
왕리쥔 후임에 ‘공청단’ 임명

최근 측근의 미국 망명 기도 등으로 중국 권력투쟁의 도마에 올라 있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 시 서기의 핵심 ‘업적’을 놓고 중국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사회악 척결로 법치와 시장경제가 크게 후퇴했다는 것이다. 올가을 중국 권력교체를 앞두고 정치국 상무위원 경쟁에서 보 서기를 낙마시키기 위해 공격하고 있는 반대파가 이론투쟁으로 전선을 확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上海) 자오퉁(交通)대 법학원 교수이자 중국 법학회 헌법학연구회 퉁즈웨이(童之偉) 부회장은 ‘충칭의 사회악 척결형 사회 관리방식에 대한 보고서’에서 “사회악 척결 과정에서 민간경제와 민간기업, 민간기업가가 약화됐다”며 “이 같은 사회관리 방식은 중국의 기본 현실을 크게 벗어나 있어 단호히 부정하고 폐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방법과 수단에서도 법률을 위반하고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과도하게 공권력에 의지하는 문화혁명이나 문화혁명 직전 시기의 특징을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작성된 이 보고서는 최근 칭화(淸華)대 소속의 중국 정치발전연구중심과 미국 카터센터가 공동 운영하는 ‘중국 선거와 통치’ 사이트에 올라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자신을 향해 조여 오는 칼날을 의식한 듯 보 서기는 19일 자신이 구축한 ‘충칭식 발전 모델’의 성과를 강조했다고 충칭일보가 보도했다. 그는 분배를 중시하는 민생정책에서도 충칭 시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은 15%씩 성장하는 등 민중의 삶 개선과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 서기의 측근으로 미국 망명을 기도했던 왕리쥔(王立軍) 부시장이 맡고 있던 핵심요직인 공안국장 자리에 보 서기가 소속된 태자당 계열과 대립하고 있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의 관하이샹(關海祥·사진)이 임명됐다. 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 커우젠원(寇建文) 소장은 “보 서기가 앞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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