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래권력 시진핑, 추억 곱씹으며… 인간적 이미지도 챙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27년 전 인연’ 찾아 美시골마을 찾은 中 미래권력 시진핑
주민 20여명과 1시간 재회… “제게는 당신들이 바로 미국”

“27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제가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여러분은 상상조차 못할 겁니다. 여러분은 제가 처음 만난 미국인들이었고 미국에 대한 첫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제게는 당신들이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워싱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미 중북부 아이오와 주의 시골마을 머스커틴이었다. 시 부주석은 15일 아이오와 주도(州都) 디모인으로 가기에 앞서 27년 전 2주간 머물렀던 이곳에 들러 주민 20여 명과 재회의 시간을 가졌다.

머문 시간은 1시간도 채 안됐지만 벽난로가 켜진 가정집 거실 소파에 주민들과 함께 앉아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그의 친근한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했다. 특히 27년 전 환대를 잊지 않고 찾아와 고마움을 나타낸 것은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중국인의 이미지까지 심어줬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시 부주석과 주민들의 대화를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차별화되는 부드러운 이미지” “격의 없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인간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시 부주석은 32세 때인 1985년 허베이(河北) 성 정딩(正定) 현 당서기로 축산대표단을 이끌고 이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농장을 둘러보고 야구경기를 관람했으며 가정집에서 머물기도 했다.

당시 시 서기 일행에게 만찬을 대접했던 주민 세라 랜더 씨는 이번에도 시 부주석과 주민들과의 만남에 자신의 집 거실을 제공하며 “당시 그가 강아지를 좋아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중국인은 강아지를 좋아한다”며 “지금도 강아지 2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시 서기에게 아들의 방을 잠자리로 내줬던 토머스 드보르차크 부부는 “그는 불평이 전혀 없고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토머스 씨가 “그때 당신이 가져왔던 선물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시 부주석은 “중국 술 한 병을 줬다”고 답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머스커틴 마을 전체도 큰 손님을 맞아 축제 분위기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마을 곳곳에 시 부주석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렸으며 일부 음식점은 이번 방문을 기념해 특별 메뉴를 내놓았다. 주민들은 한때 이곳을 찾았던 중국 지방 관리가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차기 지도자로 재방문한 것을 ‘금의환향’으로 여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중국 지도자로선 드물게 개인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 경직된 이미지의 후 주석과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미국에 각인시켰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특히 시 부주석이 미국 최대 곡창지대인 아이오와를 방문한 것은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머스커틴을 떠난 시 부주석은 이날 저녁 디모인에서 미 중서부 지역 주지사들과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만찬을 가졌다. 이에 맞춰 중국 곡물유통기업인 중량그룹유한회사 등 경제사절단은 60억 달러(약 6조7800억 원) 규모의 콩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팜 벨트(곡창지대)’에 큰 선물을 안겼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서 콩을 구매한 계약 액수로는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중산층이 급증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물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며 “미국 팜 벨트가 중국 때문에 붐을 맞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중국 때리기’를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콩 수입 물량은 105억 달러(약 11조8700억 원) 규모로 2006년보다 4배 급증했으며 항공기나 자동차, 반도체 등을 제치고 대미 수입 최대 품목이 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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