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소 속에 칼을 휘두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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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과 회담

중국의 미래권력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을 맞이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직설적이었다. 중국의 화려한 부상을 극찬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법률과 규범을 준수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시 부주석을 맞이한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11시 25분부터 낮 12시 50분까지 1시간 25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당초 1시간가량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평화로운 중국의 번영과 성장을 환영하며 이는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중국의 도약을 칭찬했다. 하지만 곧이어 “미국은 세계 경제체제에서 모든 나라가 동일한 규칙을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며 ‘글로벌 기준’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힘과 번영의 성장은 더불어 책임감도 커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두 나라 간 현안인 무역 분쟁과 위안화 절상 문제 등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어 “인권문제 같은 중대 이슈에서 우리는 모든 인간의 권리와 열망을 구현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라며 중국 인권문제도 공개 비판했다.

중국이 시리아 문제 같은 글로벌 현안에서 국제사회와 어긋나는 태도를 취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대(對)시리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직접 비판했다. 바이든 부통령도 이날 국무부 벤저민 프랭클린 룸에서 열린 오찬장에서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을 공개 비판했다. 이에 관해 시 부주석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고 수행 중인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이 “유엔 안보리의 잘못된 접근이 시리아 유혈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말로 반박했다.

백악관의 직설에 대해 시 부주석은 직설로 맞대응하진 않았지만 대만과 티베트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한 문제로 중-미 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민감하다”며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지만 실질적인 행동으로 중-미 관계의 큰 틀을 지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동일한 규칙 준수’ 촉구에 대해선 “평등과 상호 이익의 원칙을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 방식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무역 마찰을 피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오후 3시 20분부터 열린 펜타곤에서의 환영 행사였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중국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펜타곤을 찾은 시 부주석을 극진하게 환영했다.

펜타곤 리버퍼레이드 광장에 성조기와 중국 국기가 나란히 걸린 가운데 미국 50개 주의 주기(州旗)를 든 장병들이 도열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등 500여 명의 사열대가 군악대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 부주석을 환영했다. 포토맥 강 건너 워싱턴기념탑을 향해 19발의 예포를 쏘아 올렸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 게리 로크 주중대사 등이 사열을 참관했으며 중국에선 양제츠 외교부장과 추이톈카이 부부장이 참석했다.

국무부 벤저민 프랭클린 룸에서 열린 오찬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존 왓슨 셰브론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 머터 켄트 코카콜라 CEO,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CEO 등 재계 문화계 학계 및 의회 인사 등 20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한편 시 부주석의 방미에 동행한 중국투자무역방문단과 6개 분과단은 약 271억 달러(약 30조 원)어치의 미국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 부부장이 14일 밝혔다. 이번 투자무역방문단은 300여 개 기업 관계자 5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때는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200대 등 약 450억 달러의 미국 제품을 구매키로 합의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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