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의 경착륙 및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더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올해 8%대로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전제한 것이지만 중국마저 흔들리면 경제위기의 긴 터널을 지나는 세계 경제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그만큼 시장에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중국은 경기를 부양할 만한 재정 능력이 충분한 데다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성장엔진을 이어갈 수 있어 경착륙을 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 ‘중국 경제 경착륙 경고’에 불을 댕긴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6일 베이징(北京) 사무소를 통해 공개한 ‘중국경제전망’ 보고서. 지난해 말 9%로 제시했던 2012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8.2%로 내린 IMF는 “기업과 가계부문이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 경제 부진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로존 위기가 가속할 경우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수출이 감소하면서 기업 순이익과 가계소득이 하락해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며 중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성장률이 4%대까지로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도 올해 중국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5%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7일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꼽았다. 피치의 앤드루 콜크훈 아시아태평양 신용담당 대표는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품 붕괴와 은행 부실 문제가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부양 자금 대부분이 은행 대출을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발전연구센터(DRC) 우칭(吳慶) 연구원은 최근 중국 관영 경제신문 기고문에서 “과도한 긴축정책의 부작용으로 하반기 소비자 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전형적인 디플레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3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GAM의 폴 맥나마라 이머징채권운용자는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은 최근 지표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높다”며 “당국은 대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부양책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미 조지워싱턴대의 더그 거드리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인민은행이 경기침체를 막을 충분한 능력이 있으며 부양책을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며 “서방국가들은 중국에 수출 대신 내수 확대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중국의 용이 올해 연착륙한다’ 보고서에서 “중국 경착륙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성장률이 7%대로 내려앉을 확률은 25%이며 5%대로 급락할 가능성은 10%에 그친다”고 전망했다.
IMF도 중국 디플레를 경고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대외 충격에 대응할 재정 능력이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재정을 투입하면 성장률을 3%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당국이 인프라에 직접 투자했던 방법 대신 정부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지난해 재정적자가 예상외로 GDP의 1.1%에 불과하다며 적자 폭이 GDP의 2%까지 확대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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