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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큰 나라의 이렇게 큰 변화는 없었다

입력 2012-01-28 03:00업데이트 2012-01-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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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읽다 1980-2010/카롤린 퓌엘 지음·이세진 옮김/624쪽·2만5000원·푸른숲
1966년 쯔진청 발코니에서 홍위병을 사열하고 있는 마오쩌둥, 1992년 선전그림 속에서 개혁 재개를 명령하는 덩샤오핑, 2009년 발사됐던 중국 최초의 우주선과 우주인 모형(위쪽부터) 이 중국의 발전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푸른숲 제공
‘인류 역사상 이렇게 큰 나라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토록 대대적인 변화를 겪은 적은 없다.’ 프랑스 언론인인 저자가 개혁 개방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1980∼2010년의 중국을 기록한 이유다.

가난하고 폐쇄적이었던 이 나라는 30여 년 만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고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기간에 저자는 주프랑스 대사관 언론보도담당관과 프랑스 여러 언론의 특파원 자격으로 중국의 성장을 지켜봤다.

언론인답게 주요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꼼꼼하고 상세하게 묘사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컨대 1989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경우 톈안먼 광장에서 있었던 인민해방군의 시위대를 향한 발포, 민주화 시위를 둘러싼 개혁파와 보수파의 갈등, 외국인 주택가에도 발포를 하는 위압 때문에 유령도시처럼 변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들의 도주와 망명 등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다.

중국의 변화 과정을 저자는 10년 단위로 나누어 기술했다. 1980년대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주도로 처음 개혁 개방의 물결이 일어난 시기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정치에도 개방의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했지만 톈안먼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의 80년대는 이들의 기대와는 다른 결말로 막을 내렸다.

1990년대는 경제적 도약의 시기였다. 다시 시작된 개혁의 바람은 장쩌민(江澤民)과 주룽지(朱鎔基)가 주도했다. 전체주의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정치체제를 갖췄고, 계획경제의 옷을 벗고 시장경제를 입으며 세계화에도 발을 맞추어 갔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다. 그러나 정치체제는 여전히 권위적이고 중앙집권적이었으며 이농 현상의 심화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2000년대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외세의 개입 없이 세계화를 추진한 시기로 저자는 규정했다. 해외파 신세대 기업가들이 기업을 일굼으로써 중산층을 형성했고,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로 여론이 탄생했다. 그러나 빠른 성장은 계층 및 지역 간 소득불균형과 환경 문제 등 현 지도부가 역점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낳았다.

면적과 인구에서 유럽 23개국을 합친 것보다 덩치가 큰 중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지도자들의 정교한 이론이나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적었다. 이보다는 ‘작은 차원의 개혁들이 대륙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중국 발전의 도화선이 됐고,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실용주의적인 정신이 중국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1980∼2010년을 1년 단위로 쪼개 서술함으로써 소단원의 제목만으로도 중국 현대 30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1980년’에는 최초의 중국-외국 합작 기업인 맥심 그룹과 경제특구 5개 도시가 등장하고, ‘1981년’에는 문화대혁명의 과오를 4인방이 뒤집어썼다는 소단원이 나오는 식이다.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사태, ‘2008년’의 쓰촨(四川) 성 대지진도 다뤘다.

책의 전반부에 나오는 중국 왕조 최전성기의 영토를 표시한 지도에서 한나라(기원전 200∼기원후 94년)의 영토를 한반도 북부까지 표시한 것이나 중국이 역사왜곡을 통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한반도 압록강 하구까지 연장한 것을 그대로 표시한 것은 수정돼야 할 대목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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