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꺾은 깅리치, 악재에 꺾인 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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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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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깅리치, 롬니 크게 따돌려당분간 양강구도로 갈 듯

“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거부(巨富)를 물리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입증했습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21일(현지 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리고 1등으로 올라선 뒤 지지자들에게 한 말이다. 깅리치 후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40.4%(24만3172표)의 지지를 얻어 롬니 후보가 얻은 27.8%(16만7297표)보다 12.6%포인트나 앞섰다. 1980년 이후 지금까지 공화당 경선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등을 한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된 전통이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4위에 머물렀던 깅리치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도적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에 보수적인 유권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도 성향에 모르몬교도인 롬니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큰 데다 당내 보수층 지도자들이 언변이 뛰어난 깅리치 후보를 롬니의 대항마로 띄운 것도 주효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포기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올인하려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막판에 경선을 포기하고 깅리치 후보를 지지한 것이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비롯한 티파티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또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두 차례 진행된 TV 토론에서 보여준 토론 실력은 유권자들에게 ‘오바마를 물리칠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었다는 후문이다. 깅리치의 두 번째 부인 메리앤 긴터가 19일 “깅리치가 오픈 매리지(혼외관계를 용인하는 결혼)를 원했다”고 폭로한 게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깅리치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CNN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두 번째 부인인 메리앤에게 혼외관계 용인을 요구한 것이 맞느냐”고 질문하자 버럭 화를 내면서 “이런 얘기를 토론회 첫 질문으로 하느냐”며 “사악한 언론이 미국을 통치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공화당을 공격해 오바마를 방어하려는 엘리트 언론의 태도에 신물이 난다”고 역공해 청중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공화당 경선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릭 샌토럼 후보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롬니 후보가 각각 승리하면서 지금까지 치른 3개 주에서 승자가 모두 다른 후보가 탄생하는 기록을 남겼다. 뚜렷한 스타 없이 각개약진하고 있는 공화당 경선의 취약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모르몬교도인 롬니 후보는 전통 복음주의자들이 전체 인구의 60%나 차지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참패했지만 다른 어느 후보보다도 자금력이 탄탄하고 조직도 막강하다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바람몰이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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