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의존 소극적 외교 벗고 다자간 조정자 역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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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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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사진)은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정체성을 대국과 소국이 아닌 미들파워(middle power·중강국)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전후 일본 외교정책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일본의 외교노선은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경제 강국이 됐지만 이에 걸맞은 책임감이 결여됐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비판은 냉전 종식 이후 더욱 거세졌다. 일본 내에서도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이른바 ‘대국 외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본은 전쟁 영구 포기를 헌법에 명문화했듯이 평화주의를 국시로 삼고 있다.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게 일본의 입장이다.”

―일본 외교의 정체성 혼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국제정치에서 대국은 자기중심적 시각의 국익을 바탕으로 국제질서에 적극 개입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력에 힘입어 고도의 전략게임을 반복해온 미국 중국 러시아가 대표적인 예다. 반면 소국은 2차 대전 직후 일본이 취해온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평화헌법에 따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목소리를 낮추는 소극적인 외교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의 이해조정자라는 역할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미들파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인가.

“미들파워란 국익과 국제사회의 이익 간 조화를 의식하면서 다자간 외교를 중시하는 국가를 뜻한다. 일본과 한국이 중국이나 미국처럼 주도적으로 아시아 안전보장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안보 측면에서 동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중요한 지역이 됐다. 특히 중국의 급부상에 대응하는 이해조정자로서의 역할은 중요해졌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지정학적으로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국과 일본의 공동보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일 양국의 외교적 협력은 중국에 대한 견제이면서 미국의 바람직한 동아시아 개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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