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앞에 항복한 페이스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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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개선 권고 즉각 수용
앞으로 20년간 감사 받기로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방치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했다.”(영국 이코노미스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 격인 페이스북이 고객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지난달 29일 개선안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즉각 시행을 약속했다.

FT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09년 12월 시스템을 변환하면서 개인정보가 외부로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또 페이스북 이용자가 화면에 뜬 광고에 접속하면 광고회사가 자동으로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도록 내버려뒀다. 심지어 이용자가 페이스북 계정을 없애도 사진과 동영상은 그대로 데이터에 남겨둬 유출 위험에 놓이게 했다.

저커버그 CEO는 FTC의 발표 직후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FTC의 권고안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FTC 안에 따르면 앞으로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관련 설정을 바꿀 때는 무조건 이용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앞으로 20년 동안 FTC의 정기 감사도 받아야 한다. 권고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 계정 하나당 개선될 때까지 매일 1만6000달러(약 18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번 FTC의 권고는 페이스북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 뉴욕타임스는 “내년 기업공개(IPO)가 예상되는 페이스북에 이번 조치는 투자자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기회가 됐다”며 “현재 1000억 달러(약 114조6500억 원) 정도로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일을 계기로 SNS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더 강력한 장벽(higher bar)’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미국엔 SNS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적절한 연방법이 없다”며 “SNS 회사의 로비력이 커지면서 관련 법안이 의회 내에서 발목이 잡힌 상태”라고 전했다. 에릭 골드먼 샌타클래라대 법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관련 회사들이 이용자의 사적인 영역을 얼마나 허술하게 다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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