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비밀硏 ‘꿈의 100대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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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알아서 떨어진 식품 주문…
‘대기권 엘리베이터’ 타고 우주 감상…

# 간만에 집에서 점심을 차린 A 씨는 식탁 모니터에 뜬 화면을 보고 싱긋이 웃었다. 완성된 요리 사진이 그새 자동으로 페이스북에 올라가 친구들이 ‘맛있겠다’며 줄줄이 댓글을 달았기 때문. 마침 슈퍼마켓에서 배달이 왔다. 아침에 다 마셔 버린 우유를 냉장고가 알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이다. 식사를 마치니 자기 대신 출근시킨 로봇으로부터 일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연락도 왔다. 느긋해진 A 씨는 대기권에서 우주를 감상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나 타볼까 싶어 애인에게 영상전화를 걸었다. 가격이나 위치를 모르지만 자동차가 스스로 검색해 찾아줄 것이므로 걱정 없이 차에 올랐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SF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요즘 지구촌에서 가장 ‘핫(hot)’한 최고급 두뇌들이 실현 가능성을 믿고 연구에 매진하는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 “구글의 비밀연구소 ‘구글X’가 꿈의 프로젝트를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글X는 단순히 ‘재미 삼아’ 운영하는 연구소가 아니다.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깊이 관여하고 있고, 또 다른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올해 4월까지 출퇴근을 여기로 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 세바스천 스런 스탠퍼드대 교수, 휴먼컴퓨터 권위자인 조니 청 리 박사 등 관련 분야 거물도 즐비하다.

이들의 연구는 구글 임원들도 자세히 모를 정도로 극비에 속한다.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소재 구글 본사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연구소의 연간 예산 및 인력 규모도 베일에 가려 있다.

연구소가 세워진 지 꽤 됐고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 100’을 뽑아 연구 중이라는 정도만 외부로 공개됐다. 대부분 초기 기획 단계지만 몇몇은 성사 직전이며, 그중 하나는 올해 안에 완성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다. 스런 교수가 지휘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미 시험운전도 마쳤다는 소문이 나온다. 구글이 협력업체를 선정해 자동차를 직접 양산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라고 한다. 황당무계한 짓에 헛돈 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뉴욕 채권거래회사 BGC파트너스 콜린 길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매우 구글답다’고 반응하면서도 구글이 역점 사업을 등한시할까 걱정한다”고 전했다. 질 헤이젤베이커 구글 대변인은 “미래사업 투자는 구글 DNA의 본질이지만 비용은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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