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도 허락하실 것” 모로코 성형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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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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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를 향한 욕망은 이슬람 사회도 비켜가지 않는다.

최근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성형수술 붐이 일고 있다. 신체의 일부라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꾸란(이슬람 경전)의 가르침을 들어 꾸짖는 소리에도 개의하지 않는다. 아랍의 봄 영향으로 자신의 권리에 눈을 뜨면서 “성형수술을 하든 말든 그것은 나의 선택이며 권리”라며 과감히 수술대에 눕는 모로코 여성의 수가 매년 부쩍 늘고 있다고 BBC가 8일 보도했다.

수도 라바트 중심가에 있는 수이시. 상류층이 모여 사는 ‘모로코의 청담동’이다. 이곳에 위치한 성형외과 ‘슬라위 클리닉’은 모던하면서도 밝게 칠한 건물 외관부터 모로코의 여느 낡고 어두운 병원과는 대조적이다. 살레디네 슬라위 병원장은 “모로코 여성들은 점점 독립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외모를 바꿀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가 밝히는 모로코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남편의 외도를 방지하기 위해서 또는 유럽인처럼 보이고 싶어서 수술을 결심하는 이들도 있다.

일주일 전 가슴 확대수술을 받은 카디자 씨(37·여)는 청바지에 민소매 톱을 입고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는 수술 결과에 대단히 만족한다며 “다음번엔 얼굴을 고치고 지방 흡입술도 받고 싶다”고 당당히 밝혔다. 가슴 확대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파티마 씨(25·여)는 “두렵지 않다. 보다시피 난 절벽 가슴을 갖고 있지만 수술을 통해 더 여성스러워질 거라 믿는다”며 “신께서도 이 수술은 허락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모로코 남성들 사이에서도 ‘호감 있는 외모가 곧 자산’이라는 의식이 널리 퍼지면서 성형수술이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아랍어 위성방송 알아라비야가 전했다.

이처럼 성형수술 수요는 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엔 성형외과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모로코 전국에 성형외과 의사는 50명뿐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술비 또한 논쟁의 대상이다. 가슴 확대수술 비용은 4000달러(약 446만 원). 모로코 근로자 평균 월급이 600달러(약 67만 원)임을 감안하면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게다가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에서 성형수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슬람 학자들은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사소한 불만에 속박된 채 영적인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성형 열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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