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고민 ‘터버네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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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인사 잇단 터번테러 희생에 착용자 수색 강화하자 국민반발

자살폭탄 테러의 수법이 계속 교묘하게 변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1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730여 건의 자살테러가 발생했다.

폭발물을 벨트나 가방에 넣어 폭발시키는 것은 이미 ‘고전적 수법’이다. 임신부로 가장해 폭발물을 배 부위에 숨겨 목표물에 접근하는 테러에 이어 최근에는 터번 속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터번 자폭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터번은 인도인이나 무슬림 남성들이 머리에 착용하는 장식용품이다.

지난 4개월간 3명의 아프간 고위 인사가 터번 자폭테러로 살해됐다. 7월 남부도시 칸다하르의 모스크에서 기도를 올리던 한 고위 성직자에 이어 칸다하르 시장, 그리고 지난달에는 정부의 평화협상 대표였던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자택에서 터번에 폭발물을 숨긴 테러리스트에게 당했다. 터번과 터미네이터를 합성한 ‘터버네이터(Turbanator)’와 차량운반급조폭발물(VBIED)의 앞글자만 바꾼 ‘터번운반급조폭발물(TBIED)’이라는 신조어가 돌 정도다.

아프간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1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대통령궁에 출입하는 사람 중에 터번 착용자를 일일이 수색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일부 아프간 남성들은 “정부가 무슬림 고유의 문화적 전통이자 패션 소품을 쓴 사람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터번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먼지와 오염, 추위로부터 머리를 보호해주는 실용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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