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도 ‘월가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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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 성토 시위행렬… 스페인 출발 브뤼셀 도착

“유럽연합(EU)은 분노의 소리를 들어라.”

재정적자 위기의 한복판에 선 유럽에서도 미국 월가 시위와 비슷한 내용의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8일 저녁 EU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의 엘리자베스공원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찬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공원 바닥에 삼삼오오 배낭을 내려놓고 앉았다. 어둠이 깔릴 무렵 200여 명으로 늘어난 사람들은 주먹을 흔들며 “유럽 시민들이여, 분노하자” “탐욕과 부패에 물든 정치인과 금융가들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올 5월 스페인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민운동 ‘분노한 사람들’ 소속 관계자와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마드리드에서 브뤼셀까지 1700여 km를 몇 달에 걸쳐 걸어 왔다. 프랑스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 합류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이 텐트를 치려고 하자 경찰은 텐트를 빼앗고 수십 명을 연행했다.

청년실업률이 45%로 유럽 최고인 스페인은 재정적자 위기로 대대적인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무능과 부패, 금융자본주의에 분노한 시민들이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 6월 19일에는 스페인 전역에서 10만여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분노한 사람들’은 15일까지 매일 엘리자베스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브뤼셀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두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특히 매일 저녁 “시민의 의회가 시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논의하자”는 뜻에서 야간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15일 유럽 전역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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