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동아시아 뭉쳐 中 해상장악 견제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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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국가-중국 갈등 틈타 ‘동아시아해양포럼’ 추진… 남중국해 문제까지 개입
中 “인민 99%가 분노” 발끈

일본이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동남아시아로 안보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부 동남아 국가를 침탈하는 등 원죄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 경제원조와 협력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군사적 진출은 금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공동 견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상황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이 남중국해 일부 섬의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맞서고 있는 틈을 일본이 이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중순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해상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는 ‘동아시아해양포럼’(가칭)의 신설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과 동남아 간에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는 물론이고 최근 중국의 해양활동이 부쩍 강화된 동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두고 중국과 대립했던 일본은 이 열도가 위치한 동중국해에서도 중국의 활발한 군사적 움직임을 견제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EAS는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호주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다음 달 회의에는 미국과 러시아도 참여한다. 일대일로 중국에 맞서는 것이 쉽지 않은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 견제라는 이해관계로 뭉쳐 다자간 안보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동아시아해양포럼을 EAS 산하에 두고 국제법 준수, 항행의 자유 등 해상안전보장에 관한 원칙을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국의 독자적 행동을 제한하길 원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27일에는 일본을 방문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해상안전 확보를 공통의 전략적 이익으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일본은 다음 달 하순 방일하는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의 정상회담, 11월 초로 예정된 싱가포르와의 해양 협의에서도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은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발끈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의 국제판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일본-필리핀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동맹을 맺었다”며 “중국 인민의 99%가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중국해의 핵심인 난사(南沙) 군도 등을 놓고 필리핀이 일본과 손잡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본이 ‘다자협의체’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필리핀을 교두보로 삼아 남중국해 문제에 은근슬쩍 개입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사국 간 일대일 해결’ 방침을 고수해온 중국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동남아 경제 진출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일본과 중국이 앞으로는 안보 문제에서도 부닥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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