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성 중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침내 여성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주기로 했다. 의회에도 여성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25일 국정자문기구 격인 ‘슈라위원회’ 연설에서 “다음 회기부터 여성을 슈라위원회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라 국왕은 “우리는 여성을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데 반대하기 때문에 성직자들과 논의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또 다음 지방선거부터는 여성이 후보로 참여할 수 있으며 투표권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슈라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사우디의 의회에 해당하지만 입법권은 없고 법률제안권만 있어 절대왕정인 사우디에선 사실상 왕실 자문기구 역할만 한다. 하지만 사우디가 참정권은커녕 그동안 여성의 운전조차 금지하고, 직업을 가지거나 남성 친척의 허가 없이 수술을 받는 것 또한 금지할 만큼 보수적인 사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왕의 발표는 큰 정치적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에 처음 도입된 지방선거의 경우 이미 이달 29일 치러질 두 번째 선거의 후보자 등록이 완료됐기 때문에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첫 선거는 2015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아랍 국가들을 휩쓴 재스민혁명, 즉 ‘아랍의 봄’의 영향으로 사우디에서도 여성의 권리 신장 등 사회개혁에 대한 요구가 잇따랐다. 특히 4월엔 여성 수십 명이 지다 시의 행정관청에 몰려가 여성의 투표권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사우디의 지식인과 인권운동가 60여 명도 여성 참여를 제한하는 지방선거를 거부하자는 운동을 벌여 왔다.
이웃한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에서는 2000년 이후 속속 여성의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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