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송유관 기름 담으려다…케냐 빈민가서 송유관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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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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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20명 사망 “최악 참사”

12일 오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시내 빈민가를 지나는 석유 송유관이 폭발해 최소 120여 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폭발과 함께 일어난 불길을 피해 인근 강으로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강물에 떠 있는 시신들이 하류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을 쳤다.

이날 참사는 나이로비 내 인구밀집지역인 시나이 빈민촌을 지나가는 송유관에서 기름이 새나오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이 석유를 퍼 담기 위해 통을 들고 몰려들었고 이때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으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고를 목격한 한 주민은 “여자들과 아이들이 마치 장작처럼 탔다”며 “아기를 등에 업고 불길에 타 죽는 여성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라일라 오딩가 총리는 사고현장을 둘러본 뒤 “케냐 역사상 최악의 참사”라며 “파이프라인에 문제가 생겨 석유가 배수로로 흘러들었고 이후 불이 붙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일부 주민들이 석유를 훔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파이프라인에 구멍이 나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BC방송은 파이프라인에서 새나온 석유가 하수구에 고였고 누군가 하수구에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불꽃이 일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FP는 파이프라인에서 기름을 훔치는 일은 사고지역 빈민가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 주민은 “(평소에도) 누군가 파이프라인의 밸브를 열면 주민들이 통을 들고 길게 줄을 섰다”며 “석유회사조차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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