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日신용등급 강등…재정위기 현실화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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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4일 재정 악화와 정치 불안을 이유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일본의 재정 위기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무디스의 일본 신용등급 강등은 예상된 것이었다. 무디스는 지난 2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Aa2)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해 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1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8년9개월 만에 AA에서 AA-로 내린데 이어 무디스도 같은 수준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은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의 신용등급은 중국, 대만과 같다.

●부채비율 200% 선진국 최악=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정부가 국가부채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이날 성명에서 "신용등급 강등은 2009년 경기침체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등으로 촉발됐다"면서 "부채 증가속도를 늦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채와 지방채를 합한 일본의 전체 국가채무가 올 연말이면 국내총생산(GDP)대비 204.2%로 악화되고, 내년에는 210.2%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08년말의 173.9%에 비해 부채비율이 크게 상승했으며 최근 재정 문제가 부각된 미국의 98.5%, 독일의 81.3%는 물론 이미 재정 위기에 허덕이는 그리스의 136.8%, 아일랜드의 112.7%를 상회하는 OECD 최악 수준이다.

올해 예산만 봐도 재정의 심각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2011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92조4000억엔이지만 세수는 40조9000억엔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기업의 특별회계 잉여금 등을 모두 긁어모아도 재정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44조3000억엔의 국채를 새로 찍어내야 한다.

일본이 선진국 최악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은 과거 자민당 정권이 세수에 아랑곳없이 국채를 찍어 예산을 불려온 탓이다. 여기에 재작년 집권한 민주당 정권의 '퍼주기 복지'가 재정에 주름살을 더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피해 수습을 위해 16조¤25조엔의 자금이 필요해 재정난의 가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 불안도 재정위기 키워=총리가 1년이 멀다하고 바뀌는 일본의 고질적인 정치 불안도 재정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집권당내 권력투쟁, 야권의 정치 공세, 잦은 총리 교체 등으로 국가의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재정 건전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디스는 "과거 5년간에 걸쳐 총리가 빈번하게 교체되면서 일관된 정책실행이 방해받고 있는 것도 등급 강등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너진 재정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빚을 줄이고 복지를 축소해야 하지만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 6월 집권한 간 나오토 총리는 작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가 참패했고 그 이후 증세론은 힘을 잃었다.

이달 29일 예정된 차기 총리 자리가 걸린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증세를 거론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급박한 위기 가능성은 낮아=일본의 재정난이 심각하지만 당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국가채무보다 훨씬 많아 재정악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그리스나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 부도 위기에는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과 달리 일본은 국내에서 국채가 95% 정도 소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자금순환통계에 의하면 2011년말 부채를 제외한 가계의 순 금융자산은 1080조엔으로 국채잔액(668조엔)보다 많다.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증세와 복지 축소 등으로 재정건전화를 하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비의 증가로 가계의 금융자산과 국가채무가 비슷해지는 2020년대엔 일본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계의 금융자산보다 국가채무가 많을 경우 국내투자자들이 국채를 기피하면서 장기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일본 정부가 빚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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