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사진)이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했다. 그가 이날 회의 후 ‘깜짝 선물꾸러미’를 풀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가의 시장 참가자들은 “분명 공포를 잠재울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매직(Magic)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버냉키 의장이 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카드는 현 0.25%인 기준금리를 연말이나 특정 시한까지 올리지 않고 연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다. 좀 더 강도를 높인다면 제로(0)금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원하는 선물은 연준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 보따리를 푸는 ‘3차 양적완화(QE3)’ 조치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를 실시해 시장을 떠받쳤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와 케네스 로코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이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어 시중에 돈을 풀어봤자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돈이 풀린다 해도 기업과 은행이 돈을 쥐고 있어 가계나 실물 경제에 흘러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5일 뉴욕 멜런은행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현금이 많이 예치되자 5000만 달러가 넘는 예금에 대해서는 별도 수수료까지 부과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버냉키 의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 유동성 함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현재 상황이 2008년과는 다르기 때문에 달러를 풀어도 경기부양 노력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2008년과 달리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정과 노동 개혁을 통해 가라앉은 투자수요를 되살려 시장이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대안”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서인지 블룸버그는 “2008년과 달리 투자자들이 비이성적 투매 같은 심각한 유동성 이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질서 있는 하락(Decline in Order)’을 폭락장세에서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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