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협상 타결… 세 남자중 한 남자만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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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협상 주역 3인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초반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불러 압박하는 등 협상에 직접 나섰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공화당에 끌려 다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금 인상 불가와 복지혜택 축소 등 공화당의 요구가 최종 협상안에 포함돼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협상 타결 이틀 전인 7월 29일 공개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40%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협상이 오랫동안 진통을 겪으며 국민을 실망시켰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과 조정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다. 협상 중반까지 백악관 민주당과의 협상의 주요 창구였으나 ‘세금 인상 절대 반대’를 외치는 하원의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밀려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달 중순 오바마 대통령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4조 달러 예산 절감 ‘빅딜’ 패키지안을 상당 부분 진전시켰으나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도력에 상당 부분 흠집이 난 베이너 의장이 합의안 통과를 위해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협상 타결의 일등 공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소매를 걷어붙이고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연락을 취해가며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그는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 공화당이 가장 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비타협적 태도를 보이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했다. CNN은 “티파티 의원들은 매코널의 협상력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협상력은 2008년 금융위기 발생 당시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TARP) 법안 통과 때에도 발휘된 바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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