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디스-S&P-피치 해도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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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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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등급 강등에 반발… “유럽 채무위기 더 악화시켜”
美英 평가사 대체 기관 논의

유럽연합(EU)과 유럽 경제의 기관차 독일이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의 ‘독점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며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신용평가를 독점하며 국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자체적인 신용평가기관을 설립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6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용평가사들의 과점체제를 분쇄해야 한다”며 “포르투갈에 대한 무디스의 조치에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악했다. 그들의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5일 포르투갈에 대해 “두 번째 구제 금융을 요청할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을 반영했다”며 국가신용등급을 ‘Baa1’에서 네 단계나 낮은 정크(투자부적격) 등급 수준의 ‘Ba2’로 낮췄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무디스의 결정에는 투명성이 결여됐으며 현 상황에 투기적 요소를 더했을 뿐”이라며 “유럽에서 생겨난 신용평가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게 이상해 보인다. 이 점은 유럽의 특정 사안들을 평가할 때 편견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최근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스타브로스 람브리디니스 외교장관은 “신용평가사들의 자기만족적 예언의 광기”라고 비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일 EU가 무디스의 조치를 계기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평가 적절성, 시기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3대 신용평가사의 지나친 정치적 판단이 유럽의 채무위기를 더 악화시켰다는 불만이 EU 관계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유럽의 대표적 컨설팅 기업인 독일 롤란트베르거 스트래티지가 독일 정부 지원하에 금융감독기관, 증권거래소, 금융기관 등과 공동으로 민영재단 형태의 국제신용평가기관 창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의 신용평가기관 창설은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경쟁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은 3대 신용평가기관을 견제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에 “신용평가기관 창설은 재계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고,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3대 신용평가기관의 시장지배력을 감안할 때 시장 확대가 바람직하다”며 찬성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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