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주에 본사를 둔 통신회사 레벨3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인 도널드 깁스 씨는 2008년 대통령선거 때 5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부했다. 또 레벨3커뮤니케이션 이사회 의장인 제임스 크로 씨는 10만 달러를 기부했고, 찰스 밀러 부사장도 5만 달러 이상을 정치자금으로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과 친구인 깁스 씨는 대선 후 오바마의 백악관에서 충성파와 거액기부자들을 어떤 자리에 앉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중반 무렵 그를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에 임명했다. 깁스 씨가 주식을 갖고 있던 레벨3커뮤니케이션은 브로드밴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백만 달러의 정부 경기부양자금을 받았다.
조지워싱턴대 법대 스펜서 오버턴 교수는 2003년에 “대선 거액 기부자들이 새 정부 출범 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대다수의 시민들이 요직에서 제외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도 지난 대선 때 50만 달러 이상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부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윈회에 합류했고 이어 2009년 2월엔 법무부 법정책 분야의 부(副)검찰총장 자리에 임명됐다.
그린에너지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웨스틀리 씨가 운영하는 4개의 벤처회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부에서 5억 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을 받았다. 웨스틀리 씨도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5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지지자였다.
탐사보도 전문 온라인 매체인 아이워치(iWatch)뉴스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 556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184명(기부자의 배우자 포함)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관직에 임명됐다고 밝혔다. 특히 5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거액기부자의 경우 80%가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직에 임명된 기부자도 24명이나 됐고 이 가운데 14명은 5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이었다. 정치자금 모금을 주도한 인사나 가족들이 백악관을 방문한 기록도 3000회를 넘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8년 동안 정치자금을 모금했던 200여 명을 각종 정부직에 임명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2년 만에 비슷한 수의 사람을 관직에 앉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관직에 임명된 사람들은 모두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라며 “기부를 했다고 정부직을 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정부직에서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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