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국왕, 민주화 요구 첫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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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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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내각 임명권 포기” 선언… 구체적 개혁일정은 안밝혀
선언 다음날 지방 시찰중 차량에 2차례 돌세례 받아

중동 왕정국가인 요르단을 통치하는 압둘라 2세 국왕(사진)이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총리 및 내각 임명권 포기를 선언했다.

압둘라 국왕은 12일 전국에 생중계된 TV 연설을 통해 “차기 내각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회 다수당에 의해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부터 실시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압둘라 국왕은 “관련 법률이 만들어진 뒤 시행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1월 말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국왕이 직접 나서 정치적 양보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압둘라 국왕은 이어 현재 왕립위원회가 요르단의 현재와 미래에 적합한 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새로운 선거법과 정당법 등 추가적인 정치개혁을 약속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급격한 변화는 다른 아랍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혼란과 무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정치분석가 라비브 캄하위 씨는 “총리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나 국민은 좀 더 많은 자유를 원하고 있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요르단에서는 하원의원은 선거를 통해 뽑았으나 총리와 장관은 국왕이 임명해 국민의 불만이 높았다. 압둘라 국왕은 반정부 시위 초기인 2월 경제정책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총리를 해임하고, 국민대화위원회를 신설해 정치·경제 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AP통신은 국왕에게 고분고분한 의회를 불신하는 요르단 국민은 새로운 의회 구성과 추가적인 정치적 양보를 국왕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소수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압둘라 국왕이 모든 권력을 내놓고 명목상의 국가원수로 남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압둘라 국왕은 내각 임명권 포기를 선언한 다음 날인 13일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타피라를 방문했다 투석 공격을 받았다. 익명의 보안 당국자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각기 다른 곳에서 두 차례나 국왕의 차량 행렬에 빈병과 돌을 던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국왕이 신처럼 추앙받는 왕정국가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요르단 정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부인하면서 “환영 나온 주민들과 이를 막으려던 경찰 사이에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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