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슈퍼박테리아 공포’ 책임공방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스페인 “감염 규명없이 수입 금지… 피해 보상하라”佛 “獨 - 스페인 정보공개를”… 국제분쟁 비화 조짐

독일 스웨덴에서 16명을 사망케 한 슈퍼박테리아인 장출혈성대장균(EHEC) 공포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관련국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채소 수출입을 둘러싼 경제적 피해, EHEC의 감염원 책임 여부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것.

스페인은 안달루시아산 유기농 오이의 EHEC 감염이 스페인에서 이뤄진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뤄진 일부 조사를 근거로 모든 책임이 스페인에 돌려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로사 아길라르 농업환경장관은 “스페인 농산물은 매우 높은 품질을 갖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유럽 전체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이 본 피해의 보상을 유럽연합(EU)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유럽 각국의 채소 수입 금지로 주당 2억 달러(2150억 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페인 최대 농산물 수출지역인 안달루시아 지방은 채소 주문 중단이 잇따르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편 EU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EHEC 감염이 오이 원산지에서 이뤄진 것인지, 독일로 운송되는 도중이나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독일 러시아 덴마크 체코 룩셈부르크 헝가리 스웨덴 벨기에 등이 스페인산 오이 상추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3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프랑스의 그자비에 베르트랑 보건장관은 5월31일 “사태 초기에 독일 정부는 투명하게 밝혔지만 갈수록 의문이 많아지고 있다”며 “사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독일과 스페인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은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EHEC 감염이 스페인에서 이뤄진 것이란 주장을 하지 않지만 스페인의 책임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독일과 스페인에서 들어오는 모든 채소의 수입 금지를 선언한 러시아는 혼란이 지속되면 모든 EU 국가의 채소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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