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공포 유럽 전역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독일서만 사망자 11명 달해… 유기농 오이 오염원 의심 곳곳서 채소 수거-폐기 소동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공포가 유럽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장균 변종인 장출혈성대장균(EHEC)에 의해 발병하는 용혈성 요독증 증후군(HUS)으로 30일 현재 독일에서만 11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출하해 독일로 들어온 유기농 오이가 오염원으로 의심되고 있다. 유럽에서 유통되는 오이의 3분의 1은 스페인산이다.

독일 당국은 “북부 함부르크에서만 EHEC 감염자가 467명으로 급증했으며 이 중 91명은 HUS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언론은 감염자가 최대 12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제 아이그너 독일 농업·소비자장관은 “익히지 않은 오이 토마토 상추로 만든 샐러드를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독일 국립질병연구센터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라인하르트 부르거 소장은 “이 세 가지 채소는 당분간 먹지 말고 다른 채소들도 70도 이상에서 익혀 먹으라”고 권했다. 독일 루에덴셰이드 클리닉 얀 갈레 소장은 “EHEC는 신체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며 “보통 한 해 1000명의 EHEC 감염자가 발생하는데 이번에는 불과 10여 일 만에 1200명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독이 쌓여 발생하는 HUS는 출혈성 설사와 빈혈, 간 손상을 동반하며 유아나 노인에게 특히 많이 발생한다.

스웨덴 보건관리들은 슈퍼 박테리아 감염자가 36명에 이르며 이 중 13명이 HUS로 악화됐다고 발표했다. 덴마크에선 5명의 HUS 환자를 포함해 11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보건청은 독일인 3명이 감염자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2명이 HUS 증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체코 관리들은 29일 스페인 유기농 오이 120개가 판매대에서 수거됐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보건식품안전청도 독일 업체 2곳이 공급한 오이와 토마토, 가지를 즉각 수거하라는 유럽연합(EU)의 경보에 따라 상점 33곳에서 오이들을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스페인 오이 외에도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생산된 오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24일 독일 하노버 인근 디폴츠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83세의 할머니가 일주일 넘게 피가 섞인 설사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으며 조사 결과 HUS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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