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은신처 급습작전,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40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9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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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 안 작전상황 몰라…빈 라덴 있는지 확신 없었다"
"가족에게도 작전 안 알려…이란 인질 구출 실패.블랙호크 추락 사건 생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에 대한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 작전이 벌어졌던 40분간이 자신의 인생 중 가장 길었던 시간이었다고 당시의 초조했던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밤(미국 동부시간) 방영된 CBS방송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현지시간 2일 새벽 단행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빈 라덴 은신처 급습 작전과 관련,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40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둘째 딸 사샤가 3개월 때 뇌막염에 걸려 심하게 아플 당시 의사가 자신에게 `사샤는 괜찮다'는 말을 해줄 때까지 기다렸던 시간 정도가 예외일 수 있다면서, 급습 작전을 백악관에서 지켜봤을 때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던 그 때의 초조했던 심정을 전했다.

그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당시 실시간으로 작전을 지켜봤으며, 분위기는 "매우 긴장됐다"고 말했다.

또 급습 작전을 지켜볼 당시 "총격과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네이비실 요원들이 탑승했던 헬기 한 대가 예상치 못하게 불시착했던 것도 파악했었지만 "은신처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정보를 갖지 못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긴장된 순간이 이어지다가 "그들(네이비실 요원들이)이 `제로니모(빈 라덴암호명)가 죽었다'고 말했을 때야 비로소 모든 사람이 신중하지만 낙관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급습 작전 전 과정에 대해 걱정은 했지만 빈 라덴이 숨질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큼은 걱정하지 않았다면서 "정의가 구현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미국 땅에서 대량 살상을 한 가해자가 마땅한 대접을 못 받았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뇌 검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비난을 일축했다.

그는 이번 작전을 결정하기까지 매우 어려웠다고 소개하면서 그 이유 중 일부는 빈 라덴이 그 은신처 내에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유는 네이비실 요원들이 겪을 위험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빈 라덴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는 직접 증거는 없었다"면서 "당일까지 여전히 (가능성이) 55대 45의 상황이었다. 빈 라덴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그가 그곳에 없었더라면,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면서 "그곳에 있었던 사람이 두바이의 부유한 왕자였고, 그곳에 우리가 특수부대를 보냈다는 것이 판명될 경우 문제에 봉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공대를 투입하는 작전에 대해 일부 보좌진이 반대도 했지만, 자신은 빈 라덴을 확실히 공격했다는 것을 알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면서 "우리가 마침내 우리의 목표 인물을 잡을 수 있다는 잠재적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고 느꼈다"고 작전 단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완전히 패배시키지는 못하지만 알-카에다를 심각히 타격을 줄 기회가 있을 때는 인명의 위험과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이는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모가디슈에서 벌어졌던 블랙호크 미군 헬기 격추 사건이나 1980년 이란에서 벌어진 미국인 인질구출 실패 작전 등도 생각했다면서 "작전 전날까지 이를 꽤 많이 생각했었다"고 작전 이전에 가졌던 걱정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전에 대한 최종 결심은 목요일이었던 지난달 28일 이뤄졌으며, 그 다음 날 아침 작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비밀 유지가 이번 작전의 생명이었다면서 "내 가족에게도 안 알렸고, 백악관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이 (작전 내용을) 알았으며, 대부분 나의 고위급 보좌진도 몰랐다"는 비화도 공개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선거캠프를 이끌고 있는 짐 메시나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날 밤 방영되는 오바마의 인터뷰를 볼 것을 권고하는 등 빈 라덴 사살을 오바마의 재선 운동 전략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도 엿보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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