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사살]美-유럽 ‘보복 테러’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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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예전에 “빈라덴 암살땐 핵폭탄” 위협
美 주요도시 경찰 증강… 각국 관광지 경계태세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빈라덴의 사살이 미국과 세계평화를 위한 큰 승리”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각국은 테러단체의 보복을 우려해 이에 대한 경계심을 최고조로 높이며 긴장하고 있다. 알카에다의 구심점인 그의 죽음이 당장은 국제 테러조직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많지만 조만간 엄청난 보복 공격이 단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큰 분위기다.

ABC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들은 1일 시(市) 경찰에 대(對)테러 경계수위를 높이라고 일제히 지시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도심 내 이슬람 사원 주변이나 지하철역 등 인파가 많이 모이는 곳에 대한 정찰 활동을 강화했고 워싱턴도 연방정부 청사와 특급호텔 주변 등에 경찰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미국 정부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지원을 위해 일본에 파견 중인 해병대 산하 생화학사고대응전담반(CBIRF) 145명을 만약의 테러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본국으로 긴급 호출했다. 여행업계도 세계 각국에서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호텔이나 공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여행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 국무부가 자국뿐 아니라 해외 공관이나 관광지 경계경보를 발령함에 따라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파리에 본부를 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2일 “빈라덴의 사망으로 세계 각지에서 보복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각국 경찰조직에 ‘극도의 경계’ 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은 최근 들어 각종 테러 음모가 잇달아 적발되면서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지난달 공개된 위키리크스 문서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한 고위 사령관은 “빈라덴이 잡히거나 암살당하면 유럽에 숨겨놨던 핵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중앙정보국(CIA) 전직 요원 등의 말을 인용해 “알카에다는 이미 상당히 분권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그들의 테러 계획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은 지금까지 해온 대테러 작전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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