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채운 수갑… 이것이 ‘法治’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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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DC 시장 의사당 보도 무단점거… ‘예산타결’ 항의 시위
의회 경찰에 연행돼

11일 오후 6시 미국 수도 워싱턴의 의사당 옆 상원의 하트빌딩 앞.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시장(민주당 소속)과 시의회 의장단 및 지지자 등 300여 명이 하트빌딩 주변에 모였다. 8일 밤 정부 폐쇄 사태를 막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합의한 예산 대타협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레이 시장을 비롯한 시위자들은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 동북쪽의 컨스티튜션가(街) 보도에 앉아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워싱턴)DC를 해방하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의 밀실 협상을 비난했다. 그레이 시장은 “워싱턴이 더는 정치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습 시위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타협하면서 저소득층 여성의 낙태에 대한 정부 지원을 못하도록 하는 공화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밀실’ 합의로 워싱턴의 시 재정이 더욱 악화됐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시위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의사당을 경호하는 의회 경찰이 바로 출동해 보도에 앉은 사람들을 한 명씩 연행했다. 시장을 비롯한 시위자 41명이 경찰서에 끌려갔다. 시장에게도 예외 없이 수갑이 채워졌다. 시위자들의 저항은 없었다. 시위자들이 도로를 점거해 교통이 마비된 것도 아니고 경찰을 위협하는 행위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보도를 무단으로 점거해 보행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끼쳤다는 것이 연행 이유였다. 의사당 주변에서는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레이 시장과 시의회 의장단 등 연행된 41명은 오후 11시 15분까지 의사당 경찰서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어 추가 조사를 위해 의회 경찰본부로 넘겨졌다.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시점은 12일 오전 1시가 지나서였다. 연행된 지 7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레이 시장은 풀려나면서 “예산 타협 과정에서 벌어진 것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워싱턴 시민들이 일어나서 우리의 예산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 시장을 비롯한 이날 시위자들에게는 각각 50달러의 벌금이 물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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