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미들턴처럼…” 英 435만원짜리 ‘공주만들기 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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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세 소녀 대상 캠프… 왕실 역사 - 예절 등 가르쳐

“차(茶)를 스푼으로 12시에서 시계 방향으로 6시 위치까지만 저으세요. (차와 스푼이 부딪치는) 땡그랑 소리는 듣고 싶지 않군요.”

2일 오후 영국 런던의 한 호화로운 호텔. 열 살 안팎의 소녀 12명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차 예절 강의를 듣고 있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1964년작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다름 아닌 ‘공주 예비학교(Princess Prep.)’ 수강생들. 29일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씨의 결혼식을 앞두고 세계의 관심이 영국 왕실로 쏠려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공주 예비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소녀들은 윌리엄 왕세손과 미들턴 씨의 전신사진 인형,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사진 가면을 쓴 교사를 앞에 두고 교육을 받았다.

홈페이지(http://princess-prep.com)에 따르면 예비학교는 8월 중순까지 세 차례 열린다. 8∼11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내용은 공주들의 계보를 포함한 영국 왕실의 역사에서부터 전화예절, 조용히 찻잔 젓기, 옷매무시를 단정하게 하고 무릎 굽히는 법, 치마 주름 쥐는 법 등이다. 바지 착용은 금물이다. 한 회에 7일간 열리는 공주 예비학교 참가비는 항공료를 제외하고도 3995달러(약 435만 원). 모드 피셔 양(8)은 “소심하고 평범했던 내가 진짜로 공주가 된 것만 같다”며 즐거워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캠프 창립자는 미국인 제러미 파인 씨(33·여). 유럽 왕실문화를 동경해 어렸을 적부터 왕실과 관련된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파인 씨는 “소녀들로 하여금 누구든지 왕비가 될 수 있고 왕족의 부모, 친구,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게 목적”이라며 “‘장래에 어떻게 하면 왕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보다 자기 통제와 자신감을 배우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딸을 참가시킨 어머니 가운데는 소녀시절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 뉴스를 동경하며 지켜봤던 여성이 많다. 딸을 참가시킨 영국인 에밀리 와트 씨는 “어린시절 (중산층에서 왕족이 된) 다이애나 비를 보며 누구나 공주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왔다”며 “사실 공주가 되고 싶다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소녀의 꿈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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