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 폐연료봉 정상분량 3배이상 과다보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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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가 사용 후 폐연료봉을 원자로 건물에 정상 보관량의 3배 이상 과다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원전측이 위험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제1~6호기 원자로 건물 안 수조에 보관돼 있던 폐연료봉 묶음은 약 4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도쿄전력(TEPCO)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자료에서 공개된 것으로, 이러한 분량은 정상적인 보관량의 3배 이상에 이른다고 도쿄전력은 시인했다.

폐연료봉 묶음 4000여개는 제1원전의 약 6년치 사용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같은 분량을 원자로 건물 안에 보관하는 것은 애초 해당 원전을 설계한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사 설계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폐연료봉 묶음 4546개가 각 원자로 건물 수조에 보관돼 있으며 이와 별도로 6375개의 폐연료봉 묶음이 제1원전 내 별도 공용 수조에 보관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폐연료봉을 원자로 건물에 과다 보관한 결과 이번 사고 대응을 어렵게 하고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고 관련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다량의 폐연료봉을 별도 차폐 용기 없이 원자로 건물 최상층의 수조에 보관해 수조가 지진으로 더 진동을 심하게 받고 수조 내 물이 줄어들 우려도 커져 폐연료봉의 위험을 더 키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반면 제1원전 내 전체 폐연료봉의 60% 이상을 보관하고 있는 제1원전 내 별도 공용 수조의 경우 연료봉 묶음을 외부 전원에 의존하지 않는 금속통 등으로 격납한 결과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도쿄전력과 관련 당국이 폐연료봉 대부분을 더 안전한 별도 시설보다 원자로 건물 안에 그냥 보관하는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정밀 조사가 있을 것이 확실시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망했다.

도쿄전력이 이처럼 폐연료봉을 원자로 건물 내부에 과다 보관한 것은 외부의 폐연료봉 보관처가 부족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년 분량의 폐연료봉 저장이 가능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하 방폐장)을 일본 북부 무쓰에 건설 중이나 이는 2012년에나 개설될 예정이다.

또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로카쇼무라(六ヶ所村) 핵 재처리 공장 건설도 당초 작년 10월 완공 예정에서 공사 기간과 건설비가 계속 늘어나는 등 삐걱거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국은 방폐장을 네바다주 유카산(山)에 건설하려던 계획이 반대 여론으로 작년 초 좌초됨에 따라 현재는 연방정부 등이 새로운 방폐장 부지를 모색 중인 가운데 원전들은 폐연료봉을 쌓아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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