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금치 등 출하중단…유통시장 대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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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福島)현 원자력발전소 부근에서 재배된 시금치 등 농축산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출하 중단 결정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농축산물 유통시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출하 중단 지역이 후쿠시마를 비롯한 4개 현에 한정돼 있지만 이들 지역의 농산물이 수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상당히 큰 까닭에 상황에 따라 일본 전체에 농산물 수급난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출하 중단 품목 역시 현재로는 시금치와 가키나, 우유뿐이지만 정부가 조사 대상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유통난이 전체 농축산물로 퍼질 수도 있다.

22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1일 후쿠시마, 이바라키(茨城), 도치기(檜木), 군마(群馬) 현을 대상으로 당분간 시금치와 '가키나'라고 불리는 유채과(科) 채소의 출하를 중단하고 후쿠시마현에 대해서는 우유 원유도 출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들 농축산물은 후생노동성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인 17일 급히 정한 방사성 물질의 잠정기준치를 많게는 27배까지 넘어선 것들이다.

◇수도권 농산물 수급난 '직격탄'

이번 출하 중단 지시가 몰고 올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이들 농축산물이 도쿄 등 수도권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크기 때문이다.

도쿄 최대 청과물 시장인 오오타(大田) 시장의 경우 작년 3~4월 입하된 시금치의 36%가 군마산, 24%는 이바라키산이었다. 출하 제한으로 당장 60%를 차지하던 시금치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의 출하 중단은 21일에야 나왔지만 해당 지역들은 방사선 물질 우려 소식이 나온 19~20일 이미 지자체나 한국의 농협에 해당하는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 차원에서 출하를 중단하거나 회수 조치를 취하고 있어서 유통 혼란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현 낙농협회는 20일 우유의 출하를 중지하고 재고를 폐기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바라키 현 역시 같은 날 농민들에게 시금치의 출하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 데 이어 21일에는 노상재배 야채 전체에 대해서도 출하를 자제해주기를 요구했다.

이바라키 현 역시 JA에 시금치와 가키나의 출하를 자제해 줄 것과 이미 출하된 물량에 대해서도 자체 회수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슈퍼 체인인 세이유(西友)와 오오마루마츠야(大丸松坂屋) 백화점을 가지고 있는 J프런트 리테일링과 동부(東武)스토어 같은 대형 유통회사들은 해당 지역의 시금치를 수도권 판매장으로부터 철거하는 한편 다른 지역의 수급처를 찾고 있다.

◇대상 품목·산지 확대 가능성… 야채 꺼리는 심리도 문제

많은 야채 중에서 유독 시금치에서 방사성 물질의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발생한 것은 일본 정부가 방사선 오염의 지표가 되는 식물로 시금치와 양배추, 파 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현에 이들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검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들 야채 중 양배추나 파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농림수산성은 "검사 결과 기준치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소송채, 청경채, 미즈나(겨자과 일본 야채) 등 잎사귀 식물을 중심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앞으로는 다른 농축산물에 대한 출하 중지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림수산성은 앞으로 토양이나 수산물에 대한 조사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서 유통난이 먹을거리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원전 사고의 수습이 늦어지면서 방사성 유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출하 중단 대상 지역 자체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야채 등 관련 농축산물을 꺼리는 심리도 커지고 있으며 안전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일부 청정지역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호소카와 리쓰오(細川律夫) 후생노동상도 "유통되고 있는 먹을거리는 안전하다고 하는 것을 알려서 뜬소문으로 말미암은 피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의 심리 위축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도쿄 오오타구의 한 슈퍼 관계자는 "일단 다른 지역에서 농산물을 들여오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의 급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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