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오염 공포, 식품대란으로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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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발(發) 방사선 공포가 식품대란으로 번지고 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농축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방사성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21일 원전 인근 시금치와 우유의 출하 중단을 지시했다.

또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방수구 남쪽 100m 지점 바닷물을 조사한 결과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이 검출되면서 해양오염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됐다.

◇확산되는 '방사성 먹을거리' 불안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먹거리에 대한 불안은 후쿠시마현에서 가까운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20일 이바라키현의 히타치(日立)시에서 재배한 시금치에서 기준치의 27배에 달하는 ㎏당 5만4000Bq(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후쿠시마현에 인접한 기타이바라키(北茨城)시에서 재배된 시금치에서도 잠정 기준치의 약 12배인 ㎏당 2만4000Bq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이 시금치에서 검출된 방사성 세슘의 양도 기준치를 넘는 690Bq이었다.

이어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우유 원유, 지바(千葉)산 쑥갓, 도쿄(東京) 등 10개 지자체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차례로 검출됐다.

당초 일본 정부는 이들 먹을거리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긴 했지만 인체에 해를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발표했으나 불안감이 확산되자 해당 지역에서의 농산물 출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번 조치는 일본 원자력재해대책 특별조치법 20조3항의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 농산물을 먹는다고 해서 인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섭취할 경우에 대비해 출하 중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발 방사성 물질 오염으로 인한 공포는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은 일부 농축산물과 수돗물 정도지만 수많은 다른 농축산물과 토양, 수산물 등도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2일 NHK 방송에 따르면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방수구 남쪽 100m 지점 바닷물을 조사한 결과 국가가 정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돼 해양오염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해양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됐을 경우 수산물 선호도가 높은 일본뿐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이 상당한 한국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원전 인근 지역의 토양이 오염됐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후쿠시마 원전발 방사선 오염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IAEA 관리인 게르하르트 프뢸은 20일 연 기자회견에서 "일본 원전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 및 식수의 방사성 물질 오염이 걱정"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AEA는 방사성 요오드가 소화되면 체내에 축적돼 갑상선을 손상시킬 수 있는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위험하다며 안정화 요오드를 복용하면 갑상선에 유해 물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요오드-131과 달리 반감기가 30년에 달하는 세슘137은 장기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완전히 붕괴되는 데 수세기가 걸릴 수도 있다고 IAEA는 밝혔다.

◇"인체에 안전?… 어떻게 믿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먹을거리 확산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 확산이다.

비록 일본 정부는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고 해당 식품을 구매할 소비자는 거의 없다.

특히 방사성 물질의 속성상 당장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음식물 섭취로 체내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경우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대다수 소비자들은 갖고 있다.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에 사는 주부 우치다 유키(內田有紀) 씨는 "정부에선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애한테 먹일 걸 생각하면 도저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농작물은 당분간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다보니 자발적으로 원전 인근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판매대에서 내리는 점포도 속출하고 있다.

도쿄 가마타(蒲田)구의 한 식료품점 주인(65)은 "손님들이 (방사선에 오염된 먹을거리 확산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21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재배된 채소는 판매대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생산지에서는 자발적으로 농작물 출하를 중단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원전에서 60㎞ 떨어진 후쿠시마시에 양상추를 공급하는 스즈키 유키오 씨(61)는 "손님들이 민감해서 아예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며 "오늘을 마지막으로 출하를 중단할 생각"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에서도 일본산 식품 기피 현상이 확산되는 추세다.

롯데마트의 경우 대부분이 일본산인 생태를 22일부터 판매하지 않기로 했으며, 신세계백화점도 일본에서 들여오던 생태와 꽁치 등 수산물의 수입을 지진 직후부터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통관 시 안전하다고 확인됐지만 방사능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걱정이 커져 현재 확보한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보이는 21일까지만 생태를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생태 판매를 중단하는 대신 러시아산 동태 물량을 평소보다 30% 정도 더 확보했으며, 고등어는 일본산을 대체하기엔 국내산이 생물과 냉동품 모두 가격이 너무 높아 노르웨이산 냉동고등어를 들여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부 김지나 씨(37·마포구 상암동)는 "일본 정부 등에서는 방사성 오염이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불안해서 먹을 수 있겠느냐"며 "당분간 일본산 농수축산물은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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