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무능’ 日 정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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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 日 대피소에 왜 “먹을것 없다” 아우성?
재난초기 구조 집중… 식료품 공수 차질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지 일주일이 됐다. 그동안 일본 정부의 대응을 보면 ‘정말 일본이 맞나’ 할 정도로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대목이 적지 않다. 도대체 일본에서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Q. 피난소에 먹을 것이 없다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자위대는 왜 식료품 공수에 나서지 않았나.

A. 일본인들도 의아해하는 부분이다. 자위대 헬기가 일찍 동원됐더라면 고립 지역까지 식료품이 공급될 수 있었다. 지진 발생 초기 자위대는 생존자 수색 등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간 나오토 총리는 13일 수색과 복구에 자위대 10만 명 동원을 지시했다. 하지만 식료품 부족 사태가 부각된 16일이 돼서야 자위대에 식료품 수송명령을 하달했다. 통신 두절 지역이 많아 이재민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장소가 뒤늦게 파악돼 여전히 식량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은 비축물품이 창고에 쌓여 있는데도 공무원 대부분이 행방불명이어서 배급 인력이 없었다.

Q. 왜 원전 전력 복구를 진작부터 안 했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1호기가 수소폭발 했을 때 냉각펌프를 가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력을 처음부터 복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전원 확보를 위해 처음엔 10대 정도의 전원차를 동원해 대응했다. 그러나 결국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실기(失機)한 측면이 짙다. 도쿄전력은 뒤늦게 부랴부랴 본격적 전력 복구 작업에 나섰고 도호쿠전력으로부터 전기를 끌어다오는 작업에 착수했다. 늑장 대응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Q. 자위대 공병대 같은 특수기술병력을 원전 사고 현장에 투입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국 같으면 당장 투입해서 막으려고 했을 텐데….

A. 투입되는 인력의 안전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일본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다. 방사능 허용 수치 이상의 원전 사고 현장에 자위대를 투입하는 데 대한 내부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이 17일 자위대 투입을 강하게 지시했다.

Q. 원전 냉각을 위한 헬리콥터를 왜 17일에야 띄웠나.

A. 도쿄전력은 원자로 4기가 폭발한 후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냉각장치 복구에 매달렸으나 실패했다. 원자로를 포기할 각오로 바닷물까지 동원했지만 온도와 압력 상승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대거 누출되는 등 통제 불능 상태가 됐고 결국 궁여지책으로 자위대 헬기를 띄워 응급조치에 나섰다.

Q. 일본 정부의 재난 매뉴얼이 있기는 한 건가. 재난에 대비해 식료품 물 모포 등을 사전에 비축한 건 없나. 원전 사고 대응도 너무 미숙하다.

A. 지진이 일상화된 나라이기 때문에 재난 매뉴얼은 매우 정교하게 갖춰져 있다. 모든 관공서는 재난에 대비한 비상물품을 비축하고 정기적으로 새로운 물품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엔 관공서 건물이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려간 곳이 적지 않아 비축 물품도 함께 물에 잠긴 경우가 많았다. 예상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규모의 대재앙에 허둥댄 측면도 많다. Q. 1995년 한신 대지진 때도 일본 정부는 이렇게 대응했나.

A. 당시도 일본 정부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진 발생 사흘째부터 자위대 군용기 50대와 헬리콥터 30대로 구호물품을 수송했다. 이튿날 이재민 1만여 명에게 빵 계란 생수 등을 나눠준 야쿠자 조직이 ‘정부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Q. 상대적으로 경미한 피해를 본 도쿄 등 수도권엔 왜 전력 부족 사태가 벌어지나.

A.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도쿄전력의 원전과 화력발전소가 대지진 여파로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으로 하루에 약 30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1000만 kW가 부족해졌다. 최근 갑자기 추위가 몰아닥쳐 난방을 위한 전기 수요가 급증한 것도 전력 부족 사태를 가중시키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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