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기자의 눈]일상 되찾는 센다이, 미소도 되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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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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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박형준 기자
16일 밤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를 떠났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12일 센다이에 도착했으니 나흘 만이다.

그동안 센다이는 많이 달라졌다. 12일 오후 9시경 센다이에 도착했을 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시내 전체가 깜깜했다. 자가발전기를 갖춘 호텔 몇 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물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식당과 편의점은 문을 닫았다. 버스는 한 대도 다니지 않았다. 센다이는 ‘죽은 도시’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3일에는 호텔에 전기가 들어왔고 이틀이 지나자 물이 나왔다. 사흘이 지난 시점에는 영업을 하는 식당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나흘째는 호텔 내 엘리베이터가 가동됐고 센다이 전역에 전기가 공급됐다. 도로에는 시내버스도 하나둘 눈에 띄었다. 임시 피난처 히가시로쿠반초(東六番町) 초등학교에는 12일 1000여 명의 피난민이 있었지만 16일에는 120명으로 줄었다.

센다이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센다이역 동쪽 출입구에 있는 택시 정거장에는 센다이 북쪽 도시로 가기 위해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센다이는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에서 약 120km 떨어져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서 반경 30km 이상 떨어지면 된다”고 발표했지만 센다이 시민들은 이를 제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 15일 비가 오자 도로가 텅 비었다. 혹시 비에 포함돼 있을지 모르는 방사성 물질 때문이다. 기자가 숙박했던 호텔의 종업원은 “반드시 우산을 써야 할 뿐 아니라 장갑까지 껴야 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줬다.

하지만 나흘 동안 바뀌지 않은 것들도 많다. 우선 주민들의 웃음 잃은 표정이다. 초창기에는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의 피해로 두려워했지만 최근에는 원자력발전소 문제로 공포에 질려 있다. 그들의 절제와 질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한정된 물품을 파는 편의점 앞에는 항상 긴 줄이 있다. 가솔린 10L를 구하기 위해 약 6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하지만 어느 한 사람 새치기하지 않는다.

15일 센다이 시 아오바(靑葉) 구에 있는 라면집 ‘라멘후’에 들렀더니 10여 가지의 메뉴 중 단 2종류만 팔았다. 주인은 “식재료를 제대로 구할 수 없어 다양한 라면을 제공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대신 가격을 800엔(약 1만1200원)에서 500엔으로 깎아드리겠다”고 말했다. 곱빼기를 시켰지만 주인은 500엔만 받았다.

―센다이를 떠나며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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