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구조현장, 싹트는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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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던 2000여 명, 그들은 살아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4일이 지나면서 시신 발굴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은 시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다. 시신을 인계할 가족들이 한꺼번에 실종된 경우가 많고 생존 가족이 있다고 해도 시설이 열악한 대피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실종자들 중 일부가 대거 확인돼 아직 안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사람 수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지진해일(쓰나미) 직격탄을 맞은 동북부 해안마을에선 무더기로 발견된 시신을 처리할 여건이 안 돼 참담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5일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야기(宮城) 현 오시카(牡鹿) 반도와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등 동북부 피해지역에서 1600구 정도의 시신이 수습됐지만, 이 가운데 유족에게 인계된 시신은 151구에 불과하다. 90%의 시신이 유족을 찾지 못한 채 체육관 등의 시설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가족들이 함께 변을 당해 시신을 넘겨받을 가족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 또 유족이 열악한 피난소에 머물고 있어 시신을 처리할 처지가 안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꺼번에 1000구가 넘는 시신이 나오면서 신원 확인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당국은 이를 위해 시신에서 지문 및 치아모형을 채취하는 등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신원 확인이 안 되거나 시신을 인계받을 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생존자들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매장 또는 화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보건당국 관계자는 “너무 시신이 많아 정부가 화장 또는 매장 전에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현 규정의 집행을 잠시 유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민 1만 명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보도된 미나미산리쿠에서는 이 중 2000여 명에 이르는 주민의 생존 사실이 확인됐다. NHK방송은 15일 그동안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들이 43개 대피소에 나뉘어 수용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당시 쓰나미가 마을을 휩쓸자마자 주변 마을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끊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체 주민 1만76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00여 명의 안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조대는 지진이 발생한 지 이미 상당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존자 구조와 함께 시신 수색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AP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처럼 많은 시신이 깊은 잔해 속에 남아 있거나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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