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계획정전 이틀째… 피난민들 모포 한장 덮고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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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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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등 수도권 표정

윤종구 특파원
윤종구 특파원
15일 일본 도쿄전력회사에는 자신의 거주지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정전되는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해 안내전화가 하루 종일 불통이었다. 전날에 이어 이날 본격적으로 계획정전이 실시되자 수도권 곳곳에서 혼잡이 발생했다. 교차로 신호등이 작동을 멈추면서 차량과 보행자 모두 잔뜩 겁에 질려 선뜻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하철 운행도 평소의 절반 정도로 줄어 출퇴근길엔 개찰구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플랫폼에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개찰구 앞을 긴 밧줄로 가로막은 채 한 번에 일정 수의 승객만 통과시켰다.

자체 비상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소규모 병원은 예정된 수술을 중지하고 응급환자를 받지 않기로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자치의대사이타마의료센터는 14일 모든 수술을 취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피난민 700명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지바(千葉) 현 아사히(旭) 시 소재 이오카(飯岡)초등학교엔 정전 첫날인 14일 오후 5시경 대혼란이 벌어졌다. 저녁식사를 배급하던 도중 갑자기 전기가 끊기면서 깜깜해져 버린 것. 꽃샘추위가 닥친 15일에도 일부 피난소엔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모포 하나로 덜덜 떨면서 밤을 새운 피난민이 적지 않았다. 다만, 계획정전이 이틀째를 맞으면서 상당수 시민과 기업의 협조 속에 우려했던 대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대지진의 영향이 장기간 계속될 게 확실해지자 식료품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쿄의 대부분 할인점과 동네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생수, 초콜릿, 빵, 라면, 우유 등을 구할 수 없고 주문도 받지 않고 있다. 사재기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평소보다 많은 비축에 나선 데다 공급이 달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15일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수도권 대형 슈퍼마켓의 발주량은 먹는 물이 평소의 10배, 청국장과 비슷한 낫토가 2, 3배였고 매출액은 닭고기가 9배, 통조림이 3배로 늘었다. 주유소 앞에는 기름을 채워 두려는 차량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대지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서부 도시 히로시마에서도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사재기 움직임을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상은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은 냉정하게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진과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들의 상영은 중단되거나 개봉이 연기됐다. 워너브러더스의 일본 배급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영화 ‘히어애프터’ 상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에는 쓰나미가 태국 해안을 덮쳐 폐허가 되는 장면이 들어 있다.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중국 탕산(唐山) 대지진을 소재로 한 중국 영화 ‘대지진’은 개봉이 연기됐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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