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하라 日외상 사퇴… ‘포스트 간’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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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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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정치헌금에 발목… 간정권 황태자 끝내 낙마센고쿠-하토야마-오카다 이어 지한파 또 퇴장 한일외교 타격

재일 한국인에게서 정치헌금을 받아 야당의 퇴진 압력에 몰렸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사진) 일본 외상이 6일 사퇴했다. 그는 이날 저녁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게 사의를 전달했고 간 총리는 이를 수용했다.

이후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돈 문제로 불신을 초래해 국민께 사죄한다”고 말했다. 외교정책 책임자로 정치자금법이 금지하고 있는 외국인 정치헌금을 받은 것에 책임을 지는 한편 야당의 집중 공세로 어려워진 예산안 통과를 고려한 것이다. 마에하라 그룹 내에서도 이 문제로 더 상처를 받느니 깨끗이 물러나 ‘차차기’를 도모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후임 외상은 당분간 간 총리가 겸임하거나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무차관을 승격시키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간 총리는 그동안 자신의 최대 지원세력인 마에하라 외상이 물러나면 정권 구심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일본 외교의 신뢰성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그의 사퇴를 반대했었다. 그러나 자민당 등 야당은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 각료 문책 결의안을 통과시킬 태세였고, 그럴 경우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 등 정국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 간 총리로서는 그의 사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에하라 외상은 간 총리가 사퇴할 경우 가장 유력한 총리후보로 꼽혔고, 젊고 유능한 정치인으로 국민의 신망도 높았다는 점에서 민주당 정권으로선 ‘각료 낙마’ 이상의 치명상을 입었다. 야당은 국회 해산과 총선 요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오자와 그룹의 총리 퇴진 공세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사퇴로 1월 물러난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전 관방장관에 이어 또 한 명의 ‘지한파(知韓派)’ 각료가 내각에서 퇴장했다. 지난해에는 대표적 친한파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외상도 차례로 물러났다.

마에하라 외상은 ‘민주당 내 전략적인 일한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 회장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그의 사퇴는 한일 외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는 물론이고 재일동포를 포함한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마에하라 외상은 평소 이 문제들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마에하라 외상은 한미일 공조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한국과 보조를 맞춰 왔다. 그의 사퇴가 한일관계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겠지만 현안 해결이 지연되는 등 각론에서의 영향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돈’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는 정권 핵심이 마에하라 외상만이 아니어서 민주당의 고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 렌호(蓮舫) 행정쇄신상은 마에하라 외상과 함께 최근 탈세와 연루된 기업에서 정치헌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곤경에 처해 있다. 렌호 행정쇄신상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최다득표로 당선된 ‘떠오르는 별’로 4월 도쿄도지사 선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최대계파를 거느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은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마에하라, 노다 씨와 함께 ‘차세대 3인방’인 오카다 간사장은 돈 문제에선 깨끗하지만 오자와에 대한 당원 자격정지 징계를 주도한 뒤로 반(反)오자와파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어 차기를 노리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민주당 정권으로선 ‘포스트 간’이 안 보이는 ‘시계 제로’ 형국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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