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별장 속은 核벙커… ‘카다피宮’ 실체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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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발전기-탈출용 사다리 갖춰… ‘1월14일 점검 마침’ 메모도 발견

겉은 호화로운 별장, 속은 핵 공격에도 끄떡없는 벙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감춰둔 별궁의 두 얼굴이다. 아랍 위성TV 알자지라는 지난달 27일 알베이다 교외에 있는 ‘카다피궁’을 공개했다. 리비아 동부에 있는 알베이다는 반(反)카다피 시위대가 처음 공동 전선을 형성한 곳이다.

시위대가 지상 시설 대부분을 파괴했지만 호화로운 원형은 여기저기 남아 있다. 야외 정원에선 관엽식물이 푸른빛을 뽐내고, 실내는 아라비아풍 황금색 도자기로 가득 찼다. 파란 타일로 멋을 낸 실내 수영장 한쪽에는 사우나 시설까지 갖췄다.

그러나 벽 뒤에 숨겨진 철문을 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좁은 통로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두꺼운 콘크리트와 강철에 덮여 미로처럼 설계된 벙커가 나타난다. 벙커 중앙에는 공기정화기, 비상발전기, 물 공급 펌프 등을 제어할 수 있는 통제 시스템이 있다. 출입구 외에 지상으로 나갈 수 있는 수단은 비상 탈출용 사다리가 유일했다.

알자지라는 “벙커 안에는 ‘1월 14일 점검을 마쳤다’는 메모가 있었다. 이는 외부 위협에 심각한 공포증을 갖고 있는 카다피도 ‘재스민 혁명’에 불안감을 느꼈다는 증거”라며 “리비아 전역에 이런 벙커가 몇 곳이나 될지 알 수 없다. (카다피는) 지금도 벙커 한 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1월 14일 진 엘아비딘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이 망명한 날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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