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등 중진국 ‘눈치보기’ 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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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유혈진압 공개 비난하자니 경제적 이해 걸려…”
한국도 공개비판 자제

리비아의 시위대 유혈 진압에 미국과 독일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일제히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중남미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진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진국들은 선진국들에 비해 리비아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이다. 최근 리비아 혁명에 대해 눈에 띄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도 비슷한 처지다.

28일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의 많은 나라들은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리비아 사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알자지라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거의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브라질은 지금은 그저 조용한 방관자 역할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은 건설사들이 리비아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 동안 아프리카와의 외교관계에 공을 들여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역시 안보리에 적극적으로 제재 요구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008년 리비아를 국빈 방문해 투자와 농업, 교육 등 다방면에서 협력한다는 합의를 맺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2008년 리비아를 방문해 우의를 다진 바 있는 볼리비아도 리비아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함께 리비아로부터 ‘카다피 국제 인권상’도 받았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경제적 이해관계보다는 반미(反美) 이데올로기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리비아에 우호적이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적극적으로 감싸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리비아의 독립은 영원하라”며 카다피 원수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리비아 벵가지 인근에는 차베스 대통령의 이름을 딴 축구장이 있을 정도다.

한국도 권해룡 주제네바 차석대사가 25일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회의에서 리비아 인권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유엔제재 결의안 이행 방침을 밝힌 게 전부다. 리비아에는 한국 기업 40여 개가 진출해 있고 연간 수출액 14억 달러, 건설사 공사금액도 108억 달러에 이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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