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누르고… 달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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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르고… 집회 예정지 ‘경찰 반 관광객 반’ 원천봉쇄
전국 23개 도시 ‘2차 재스민시위’ 불발


“땡땡….”

27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 왕푸징(王府井)에 오후 2시 정각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중국판 ‘재스민 열풍’의 시위장소로 거론된 왕푸징 맥도널드 매장 앞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서 있지 말고 걸으라는 공안들의 “쩌우(走) 쩌우(走)”라는 신경질적인 채근만 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상됐던 재스민 바람은 이날 중국 전역에서 거의 불지 않았다.

○ 시위 예정 지역에는 경찰 반 관광객 반


이날 베이징의 시위 예정 지역에는 수천 명의 공안과 사복경찰이 깔렸다. 대테러 부대인 특수기동대(SWAT) 요원도 보였다. 한때 커다란 경찰견들까지 나타나 관광객들을 놀라게 했다. 왕푸징 양옆 2개 블록은 아예 차량통행을 막았고 인근 왕푸징 지하철역도 경비가 삼엄했다. 골목마다 경찰차량 수십 대가 있었다.

왕푸징을 걷는 일반인들은 곳곳에서 검문을 받았다. 일반 카메라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방송용 카메라 등은 사전에 차단됐다.

20일 1차 시위가 발생했던 맥도널드 앞은 공사장으로 변했다. 작은 광장을 차단막으로 둘러싼 공사장에서는 땅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맥도널드 종업원에게 “언제부터 공사를 했느냐”고 묻자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입막음 지시를 받은 듯했다.

실제로 맥도널드 안에도 공안이 가득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한쪽 귀에 이어폰을 낀, 누가 봐도 ‘사복 공안’임을 알 수 있는 수십 명의 건장한 청년이 손님을 가장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사진 채증을 하는 듯 매장 안에 있는 시민들을 카메라로 마구 찍었다.

2차 집회가 예정된 나머지 26개 도시 상황은 상하이(上海)에서 5명이 연행됐다는 것 외에는 보도 통제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철저한 예방 단속


전날인 26일 중국 공안은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을 포함해 외신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취재할 때 중국의 법규를 지켜주기 바란다”는 전례 없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일부 외신기자는 이날 현장에서 검문을 당했고 연행되기도 했다.

중국의 ‘재스민 바람’을 전파해 온 해외의 중국어 사이트 보쉰(博迅)은 “사이트가 공격을 받아 다른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며 “당분간 재스민 관련 소식은 전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중국 인터넷은 준(準)전시 상황이었다. 재스민을 뜻하는 중국말인 ‘모리화(茉莉花)’나 ‘jasmine’ 같은 단어는 여전히 검색이 되지 않았다. 이날은 ‘왕푸징 맥도널드’ 등도 한때 검색이 차단됐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한때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의 이름도 검색 금지어로 지정됐다. 헌츠먼 대사는 20일 시위 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안은 텅뱌오(騰彪) 장톈융(江天勇) 쉬즈융(許志永) 변호사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 및 인권운동가 최소 70∼80명에 대해 가택연금 또는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달래고… 원자바오 “물가억제등 민생안정 최우선”
양회 앞두고 누리꾼과 대담서 민생 강조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일고 있는 ‘재스민 혁명’ 열기를 의식한 듯 27일 집값 안정 등 민생대책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또 앞으로 5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7%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미국 등이 요구하는 위안화 절상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 ‘저속 성장으로 지속 성장’


원 총리는 이날 누리꾼과 가진 실시간 대담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으나 올해부터 시작되는 12차 5개년 규획 기간에는 연평균 7%의 성장률을 유지하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원 총리의 이날 대담은 다음 달 3일과 5일 각각 개막하는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에 해당), 즉 양회(兩會)의 개막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총리가 양회에 앞서 누리꾼과 대담을 하기는 올해가 세 번째다.

원 총리가 밝힌 ‘연평균 7% 성장’은 지난해 성장률 10.3%는 물론이고 최근 5년간 평균 두 자리 안팎의 성장률보다 낮아 그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사회 안정을 위해 한 해 800만 개가량의 일자리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 8% 성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 왔다.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서구의 주장에 대해서는 “2005년 이후에만도 22%가 절상됐다. 위안화 환율은 중국 경제와 인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며 급격한 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12차 5개년 규획 중점은 국부에서 민부(民富) 전환’


원 총리는 이날 대담 서두에서 “민생은 인민의 생명, 국민의 생계, 사회의 생존이라고 쑨중산(孫中山) 선생이 말했다”며 “12차 5개년 규획에서는 민생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원 총리가 물가억제와 부패척결 등 민생 및 대중적 현안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한 것은 유사한 이슈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시위와 혁명이 발생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원 총리는 물가억제와 대도시에 진출한 농민공 자녀 2억4000만 명의 취학 문제, 한 해 700만 명까지 정원이 늘어난 대학생 취업 문제 등에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양회에서는 12차 5개년 규획안이 확정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나라와 국민이 함께 부유한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최근 양회 주요 의제 ::

2008년 키워드 물가 억제

전년 경제성장률이 13%를 넘는 경기 활황과 베이징 올림픽 특수 등으로 ‘물가상승률 6%’ 억제가 가장 큰 과제

2009년 키워드 8% 경제성장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8% 경제성장’에 주력

2010년 키워드 분배 개선

금융위기 극복 후 ‘파이 나누기’ 에 주력 다짐

2011년 키워드 민부(民富) 확충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7%로 억제, 내수 확충 및 친환경 경제로의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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