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트리폴리 ‘피의 금요일’]사면초가 카다피의 운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①유혈진압 정권연명… 나라 동서 분리 ②저돌적 성격에 히틀러처럼 자살
③ 트리폴리 함락된 뒤 암살-처형 ④ 30년철권 무가베의 짐바브웨로 망명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운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비아 민주화 시위는 이미 극심한 유혈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에 평화적 점진적 권력이양의 가능성은 물 건너간 상태다. 내전 장기화 또는 어느 한쪽이 완전히 무너지는 극단적 결말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 유혈진압 후 내전 상태에서 연명(延命)

압도적 군사력으로 반정부 시위대를 격퇴하고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정권을 이어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군과 권력 기반이 상당 부분 이탈한 상태여서 리비아 전체에 대한 통치권 회복 가능성은 거의 없다. AP통신은 “카다피가 끝까지 싸운다면 지역과 부족으로 쪼개져 통치 불능의 상황이 올 것”이라며 “동부지역이 분리 독립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권좌를 유지한다 해도 동족을 학살한 부담으로 외교는 물론 내치에서도 고립돼 정권의 수명은 모래시계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자살

무스타파 압델 잘릴 리비아 전 법무장관은 24일 스웨덴 신문 ‘엑스프레센’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인생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그는 순순히 물러나기보다는 아돌프 히틀러의 길을 따라 자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 예상이긴 하지만 TV 연설 때 분에 못 이겨 책상을 수차례 내리치고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을 강행하는 등 그의 저돌적 성격을 감안하면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 암살 또는 처형

시위대에 트리폴리가 함락될 경우 시위대에 체포돼 처형당할 수 있다. 1989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처럼 국제 법정에서 전범 혐의로 기소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정권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측근이나 이슬람 과격세력, 정적 등에게 암살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 망명

미국 ABC방송은 24일 영국의 한 리비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금괴와 현찰로 가득 채운 개인 전용기 편을 통해 그가 짐바브웨로의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0년 이상 짐바브웨를 철권통치 중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에게 의지해 편안한 여생을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망명 준비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존심을 완전히 구기는 것이어서 지는 것을 싫어하는 그의 성격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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