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불길 비웃는 적도기니의 황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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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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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독재국가들을 강타한 민주화 시위 열풍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독재자 가족들의 사치와 부패행각을 하나둘 드러내주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아들들의 사치 행각이 23일 공개된 미국 국무부 전문에서 드러난 데 이어 24일 사하라 사막 남쪽 극빈국인 적도기니 독재자 아들의 상상을 불허하는 행각도 공개됐다.

문제의 인물은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구에(일명 테오도린·40·사진). 인구 65만 명인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69)의 장남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음바소고 대통령은 1979년 쿠데타를 일으켜 32년째 집권하고 있다.

미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 최신호(3·4월호)에 따르면 인구의 80%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5세 이하 유아 사망률은 15%로 세계 최악 수준인 이 나라의 ‘황태자’ 테오도린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부자만 산다는 말리부 해안가에 현금 3000만 달러(약 330억 원)를 주고 산 저택에 산다. 영화배우 멜 깁슨,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이웃이다. 테오도린의 공식 직함은 월급 5000달러의 농림부 장관이다. 그러나 벌목 허가를 받으려는 해외 기업에서 받는 ‘혁명세’ 수입이 천문학적이다. 미국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돈세탁을 해 들여온 돈이 지난해에만 1억 달러(약 1100억 원)였다.

테오도린이 소유한 것과 같은 기종인 부가티 베론.
테오도린이 소유한 것과 같은 기종인 부가티 베론.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페라리 7대, 롤스로이스 4대, 람보르기니, 포르셰, 마이바흐 각 2대 등 최고급 명차만 40여 대가 있다. 가장 아끼는 차는 대당 가격 200만 달러(약 22억 원)인 부가티 베론. 미국의 유명 팝가수 이브를 비롯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표지모델 같은 숱한 여성들과 세계 유명 휴양지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에게서 길이 100m짜리 요트를 하루 70만 달러에 빌려 즐기기도 했다. 그와 데이트한 여성들은 구치, 베르사체 등 명품매장에서 한번에 8만 달러어치를 사기도 했다.

적도기니는 2000년대 초 서부해안에서 석유가 나왔다. 사하라 남쪽에서 나이지리아, 앙골라 다음 가는 매장량을 자랑한다. 1995년 극심한 인권탄압에 진절머리를 내며 단교한 미국도 2004년 재수교했다. 이후 엑손모빌 같은 미국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포린폴리시는 “부패한 외국관료에게는 비자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7750 선언’이 무색할 만큼 테오도린에게 관대한 이유도 다 석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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