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이집트 시대]“무바라크 재산 700억 달러… 시위 18일간 해외로 빼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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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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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야 이후 그의 운명은

“다시 일상으로…” 돌-쓰레기 정리 이제는 다시 일상이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성지로 떠오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12일 모자인 듯한 여성과 소년이 시위대가 자위용으로 모아뒀던 돌과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카이로=AP 연합뉴스
“다시 일상으로…” 돌-쓰레기 정리 이제는 다시 일상이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성지로 떠오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12일 모자인 듯한 여성과 소년이 시위대가 자위용으로 모아뒀던 돌과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카이로=AP 연합뉴스
이집트의 새 정부 앞에 놓일 가장 까다로운 과제 중 하나는 30년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다. 과도정권인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나 야권 주요 세력은 아직 그의 신병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집트 시민들도 그의 미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그와 그의 일가가 축재한 재산만큼은 다 환수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2일 서구 고위 정보 관료의 말을 인용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18일 동안의 시위 기간에 해외 자산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돈이 빼돌려진 곳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을 언급했다. 11일 스위스 정부가 자국 내 무바라크 일족의 계좌 및 자산을 동결할 것을 발표했지만 ‘헛수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바라크 일족의 재산은 최대 700억 달러(약 78조 원)에서 최소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달 초 “무바라크 일족은 스위스 은행 등에 비밀계좌가 있으며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홍해 해안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700억 달러 설을 제시했다. 반면 미국 관리들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재산이 400억 달러가량인 것으로 보아 이런 액수는 과장됐다며 2억∼3억 달러 설을 제기했다.

시위대 일부에서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의 하야 전이긴 하지만 이브라힘 유스리 전 이집트 외교장관과 변호사 20명은 무바라크 일족을 국가재산 유용 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것을 검찰총장에게 청원하기도 했다. 따라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미래는 그의 축재에 관한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과도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에 대한 사법절차가 실현될 수 있느냐 하는 점.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신병과 관련해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열혈 시위대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초강경파, “그래도 전쟁 영웅으로 국가를 위해 일한 점을 고려해 조용히 이집트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온건파로 나뉜다.

최고위가 그를 형사 처벌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최고위는 이미 전 내무장관을 비롯한 5명의 각료 등을 부패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의혹은 캐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 거부 성명을 낸 지 하루 만에 퇴진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군이 재산 및 신병 보호를 보장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만약 이집트에서 공식적인 부패 혐의 조사가 시작될 기미가 보인다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망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내다봤다.

망명지는 그의 처지에 온정적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가 될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11일 하야 선언 직전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로 떠났다고 집권당 대변인이 밝혔지만 12일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인근 고급 리조트호텔로 가는 길목에 경찰 바리게이트가 설치돼 있는 걸로 미뤄 그가 실제로 체류하고 있을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그가 이미 국외로 떠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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