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주의자 2만명 운집 ‘CPAC’총회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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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연임 막고 보수세상 되찾자”… 옛 군복-엉클샘 복장으로 승리 외쳐

10일 미국 워싱턴은 ‘보수주의의 날’로 기록될 만했다.

시내 서북쪽 메리엇 워드먼 호텔에서는 미국보수연합(American Conservative Union) 정치활동위원회(CPAC)가 연차총회의 막을 올리며 2012년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동쪽에 위치한 보수주의 대표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안보보수주의자 20여 명이 모여 포괄적인 미사일방어(MD) 체제의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장소와 주제는 달랐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맡긴 국정운영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목소리는 같았다. 오바마 대통령을 단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의도 터져 나왔다.

3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미국보수연합의 연차총회는 지난해 중간선거 대승을 발판으로 정권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보수주의자들이 벌인 한편의 정치축제였다. 대형 호텔 하나를 통째로 전세 낸 이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2만여 명의 지지자들과 2012년에 다시 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행사장에서 최근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단연 인기였다. 곳곳에서 위대한 소통자이자 보수의 전성기를 구가한 레이건 추모 열기가 넘쳤다.

조지아 주 티파티운동을 이끌고 있는 윌리엄 템플 씨(60)는 18세기 영국과 벌인 독립전쟁 당시의 군복을 입고 행사장에 나와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작은정부 운동과 재정의 건전성 요구는 1775년 벌인 독립전쟁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7일 티파티는 캔자스 주에서 리버럴 정권을 심판할 독자후보를 옹립한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닉 버트 씨(24)는 ‘엉클 샘’ 복장을 하고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신의 어젠다를 위해 세금을 강제하는 현 정부의 태도에 반대한다”며 “보수주의는 나이든 사람들만의 고루한 생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의 공화당 잠재후보들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제외하고 총출동 했다. 이들은 대선에서 핵심 지지기반을 이룰 참석자들에게 왜 자신이 차기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개막연설자의 영광을 얻은 미네소타 주의 미셸 바흐만 연방하원의원은 “우리의 목표는 오바마를 단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지난해 중간선거 승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2년 후 승리라는 앙트레(주 요리)를 먹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외쳤다.

헤리티지재단에서는 강한 미국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4개의 패널로 나눠 진행한 MD 체제 강화를 위한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대량살상무기(WMD) 운반수단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안보위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날로 증대되고 있고 북한과 이란은 2015년경 미국을 위협할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지만 미국의 방위산업은 오히려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대표적 ‘네오콘’으로 불렸던 로버트 조지프 전 국무부 차관은 “국방정책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무지와 나이브한 외교정책이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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