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발리에 ‘법의 심판대’ 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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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귀국’ 아이티 前독재자 검찰, 부패-횡령 혐의 기소
전격 체포했다 조건부 석방

깜짝 귀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아이티의 전 독재자 장클로드 뒤발리에 씨(59)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정의의 심판’이 이뤄질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티 검찰은 뒤발리에 씨를 부패와 횡령, 절도 혐의로 재판대에 세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5년 전 민중혁명으로 쫓겨나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부인과 함께 16일 갑자기 귀국한 뒤발리에 씨는 포르토프랭스의 고급 호텔에서 18일 전격 체포됐다.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띤 모습으로 수갑을 차지 않은 채 호텔 밖에 주차된 차량에 올랐다. 군중 가운데 일부는 야유를, 일부는 응원을 보냈다. 뒤발리에 씨는 체포되기에 앞서 숙소에서 검찰 관계자, 판사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뒤발리에 씨는 법원으로 호송된 뒤 판사의 비공개 심문을 받았다. 제르베 샤를 변호사는 “재판이 열리게 된다면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재판을 진행할 만큼 충분한 혐의와 증거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문을 받은 뒤발리에 씨는 일단 풀려났다. 아이티를 출국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국제사회는 뒤발리에 씨의 체포를 일제히 환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제 정의가 바로 서게 됐다”고 말했다. 휴먼라이트워치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발리에 씨는 1971년 독재자였던 아버지가 사망하자 19세에 대통령이 되어 15년간 재임하는 동안 1억 달러 이상을 유용하고 야당을 탄압했다. 한편 25만 명의 희생자를 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나도 복구가 되지 않고 있고 지난해 11월 실시된 대선 결과를 놓고 아이티 정계가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는 시점에 돌연 입국한 것을 두고 정부와 뒤발리에 씨 간의 거래설 등 귀국 이유에 대한 온갖 추정이 난무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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