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사면초가’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伊헌재 “총리 면책법안 위헌”… 검찰 ‘미성년 성매매’ 수사

지난해 12월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불과 3표차로 기사회생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사진)가 이번에는 헌법재판소로부터 일격을 당했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13일 뇌물공여 등 각종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기소되지 않도록 법률적 보호막 역할을 해온 면책 법안의 주요 부분에 대해 찬성 12표, 반대 3표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헌재는 총리와 내각 각료에 대해 최장 18개월 동안 자동적으로 재판을 중단시키는 ‘합법적 사법방해’를 포함한 면책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률이 아닌 해당 재판부가 재판절차를 계속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면책 법안은 여당이 지난해 의회에서 통과시킨 것으로 야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맞춤 법안’이라고 비난해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현재 밀라노 법원 등에 뇌물공여와 횡령, 세금사기 등 3건의 재판이 걸려 있는데 이날 헌재 결정으로 관련 재판절차가 다시 진행될 길이 열렸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다음 날인 14일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밀라노 검찰이 직권 남용 및 미성년 성매매 혐의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해 5월 말경 모로코 출신 17세 여성 카리마 케예크가 경찰에 성매매 혐의로 검거되자 그녀를 석방시키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었다. 검찰은 “총리가 이 여성과 성관계를 벌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의회 내 지지 세력을 강화해 조기총선을 피해가려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국 구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으로 조기총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정치권 전망에 대해 베를루스코니 총리 측은 “달라질 게 없다”고 조기총선 가능성을 일축했다. 산드로 본디 문화장관은 “헌재 결정은 사법부를 의회보다 우위에 놓은 것”이라며 “헌법 정신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본원칙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이날 “나는 정치적 판결의 희생자”라며 “헌재 결정으로 현 정부의 안정성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