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해빙 급물살…‘대등외교’ 접은 간 정권, 동맹강화 속속 성과

  • 동아일보

일본 민주당 집권 이후 얼어붙었던 미일 관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대등한 외교’를 내세워 미국과 거리 두기를 했던 민주당의 대미 정책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집권 이후 빠르게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외교 국방 경제 각 분야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일본의 외교 수장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은 6일 새해 벽두부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의 신년이 보통 일주일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다음 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2시간에 걸쳐 식사를 겸한 회담을 했다. 그는 “외무대신이 된 지 4개월이지만 클린턴 장관과 4번째 만남”이라며 ‘밀월’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백악관을 찾아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도 40분간 면담했다. 일본 외무상이 미 부통령을 예방한 것은 200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방미에서 마에하라 외상에게 떨어진 임무는 미국과의 조속한 관계 복원이다. 그동안 미일관계 악화의 빌미를 제공했던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문제를 일단 덮어두면서 다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후텐마 문제는 미일 관계에서 눈엣가시와 같은 문제다. 양국이 2006년에 합의한 후텐마 기지 이전 계획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집권 이후 백지화하면서 일본에 대한 미국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한의 무력 도발이라는 문제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동아시아 지역 사태 발생 시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양국은 1997년 한반도 유사 시 자위대가 미군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미일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에 합의했지만 미군이 긴급 시 사용할 수 있는 공항이나 항만에 대해서는 하나도 결정된 게 없다. 국내 반발이 커 당장 해결이 힘든 문제는 제쳐두는 대신 미국의 다른 요청사항을 들어준 셈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미국과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요격 미사일을 제3국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 미사일을 유럽에 제공해 미사일 방어(MD)체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 때문에 논의에 진척이 없었다.

일본은 이와 함께 올해 미국 등 9개국이 협상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가입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다국간 자유무역협상(FTA)에 참여함으로써 미국과 경제적 유대 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는 전략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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