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지지’ 해커들 보복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마스터-비자 홈피다운… “다음은 페이팔-트위터”‘핵티비스트’ 전방위 사이버테러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가 영국 경찰에 체포된 이후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해커그룹의 대대적인 사이버 보복 공격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해커들은 8일 트위터에 ‘작전명: 보복(Operation: Payback)’이라는 계정으로 “위키리크스 결제 서비스를 중단한 마스터카드 웹사이트에 심각한 기술적 문제를 유발시켰다”고 주장했다. BBC는 “해킹으로 마스터카드의 온라인 결제 인증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마스터카드 측은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 복구했지만 사용자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비자카드도 같은 날 해커 집단의 보복 공격을 받아 접속 불능 상태에 빠졌다. 두 회사는 어산지 씨가 체포된 7일부터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모든 결제서비스를 중단했다.

마스터카드 사이버 공격 근원지는 네덜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 등은 네덜란드 경찰이 마스터카드에 사이버공격을 가한 이른바 ‘핵티비스트(사이버 해킹 활동가 집단)’가 자국 서버를 이용했음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7일 어산지 씨의 계좌를 동결한 스위스우체국 은행 부문인 포스트파이낸스와 온라인결제업체 페이팔도 해커 집단 ‘익명’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 포스트파이낸스는 “6일 어산지 씨의 계좌를 동결한 뒤부터 사이버 공격이 시작됐지만 지불시스템과 관련한 보안체계가 위험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해커들은 AFP와의 온라인 대화에서 어산지 씨를 ‘언론 자유의 순교자’로 묘사한 뒤 “우리는 50명 미만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4000명에 육박했다. 현 공격 목표는 마스터카드지만 반(反)위키리크스 정서를 가진 자는 누구든 공격 영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이날 위키리크스 지지자 온라인 사이트에 ‘다음 목표: 페이팔, 언제: 몇 시간 내’라는 글이 게시돼 있다며 다음 공격 목표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과 트위터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페이팔은 이미 두 차례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한편 영국 BBC는 9일 페이팔 부사장 오사마 베디에르가 “위키리크스 후원 계좌를 차단키로 한 결정은 미국 국무부의 편지를 받은 뒤”라고 한 온라인 연설을 인용했다. 이는 미 정부 압력으로 계좌를 차단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페이팔은 4일 처음으로 위키리크스 후원계좌 접근을 막았다. 이후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스위스 우체국 은행 포스트파이낸스 등이 잇달아 이 단체의 계좌를 봉쇄했다. 당시 페이팔은 “불법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부추기고 돕거나 불법 활동을 전파하는 데 페이팔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어떠한 정부기관과도 접촉한 적이 없으며 자체 판단에 따라 후원계좌를 막았다”고 강조했었다. 페이팔은 미 정부의 압력설이 제기되자 “베디에르 부사장의 언급은 미 국무부에서 위키리크스로 보낸 편지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미 정부가 페이팔에 직접 편지를 보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국 여성 2명에 대한 성범죄 혐의로 어산지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스웨덴 정부 홈페이지도 이날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접속이 중단됐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성 2명의 변호를 맡은 스웨덴 로펌 홈페이지도 8일 인터넷 접속이 차단됐다.

또 위키리크스를 비난한 정치인들과 자료 서버 계약을 해지한 아마존닷컴 역시 해커들의 보복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어산지 씨를 강하게 비판한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8일 ABC뉴스에 보낸 e메일에서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이 내 웹사이트를 폐쇄하려 했으며 나와 남편의 신용카드 결제 계좌를 교란했다”고 주장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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